
| 호수 | 2258호 2014.02.02 |
|---|---|
| 글쓴이 | 이성주 신부 |
초 그리고 봉헌
이성주 프란치스코 신부 / 전산홍보국장
사제 서품 미사에 참례한 신자분들은 모두 진한 감동을 받습니다. 특히 성인 호칭 기도 중에 제대 앞에 엎드린 후보자들의 모습은 봉헌의 의미를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손을 높이 들고 주님을 찬미하면서 제대 앞으로 나아가는 수도자들의 종신서원도 봉헌의 아름다운 모습입니다.
오늘은 복음에서 전하듯이 예수님의 부모님이 예루살렘 성전에서 아기 예수님을 하느님께 봉헌한 것을 기념하는 주님 봉헌 축일입니다. 주님의 봉헌되심은 하느님의 것이 된다는 의미입니다. 모범을 보여주신 주님의 봉헌으로, 우리들 역시 하느님의 것으로 봉헌되는 삶을 살아가야 함을 묵상하는 날입니다.
오늘 전례 중에 사제는 일 년 동안 사용할 초를 축복합니다. 축복된 초를 손에 들고 하느님의 이름을 찬미하면서 영원한 빛으로 나아가길 청하는 축복 기도문에서, 복음 속 시메온의 모습을 느낄 수 있습니다. 기다리지 못하고, 쉽게 폭력을 행사해서 빼앗으려고만 하는 오늘날의 안타까운 현실에 비해, 온 삶을 내어드리는 시메온의 순수한 기다림과 예수님의 봉헌되심은 세상이 줄 수 없는 평화를 느끼게끔 해줍니다.
어떤 성당은 전례 중에 투명한 유리통 안에 기름을 넣어서 심지를 밝히는 초를 사용합니다. 산뜻한 느낌과 초를 깎지 않아도 되는 장점이 있습니다. 그러나 전통적인 밀초가 아니기에 싫어하는 분들도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저는 유리 초나 밀초 모두 봉헌의 의미를 담고 있다고 생각됩니다. 유리 초 안에 들어있는 투명한 기름을 보면서 우리의 봉헌도 맑고 순수한 봉헌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전통적인 밀초에서도 남의 것을 빼앗지 않고, 자신을 태우고 자신의 것을 내어주는 봉헌의 참다운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이렇게 초와 주님의 봉헌은 하나로 연결되고 영원한 빛을 만나게 해주는 것입니다.
형제, 자매 여러분, 우리는 타인에게 자신의 것을 내어주는 봉헌의 삶을 살아야 합니다. 내가 먼저 살기 위해서 빼앗으려는 폭력의 삶은 그리스도인의 모습이 아닙니다. 그리스도께서 고난을 겪으시면서 유혹을 받으셨기 때문에, 유혹을 받는 우리를 도와주실 수 있다고 오늘 제2독서 히브리서는 전합니다. 유혹을 이겨내는 방법은 예수님처럼 자신을 하느님의 것으로 봉헌하는 것입니다. 이제 설 연휴가 끝납니다. 가족들이 함께 모여 초를 밝히고 기도드리는 것으로 마무리하면 좋겠습니다. 특별히 ‘봉헌 생활의 날’인 오늘 봉헌의 삶을 살아가고 있는 수도자들을 위해서도 기도드린다면 영원한 빛이신 주님께서는 더 기뻐하실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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