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수 | 2389호 2016.07.0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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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 염철호 신부 |
구약성경을 읽다보면 하느님의 천사가 나타나 이야기하다 돌연 하느님이 말씀하시는 것으로 바뀌는 경우가 종종 있던데 왜 그런가요?
염철호 신부 / 부산가톨릭대학교 신학대학 교수 jubo@catb.kr
판관 6, 11∼13에서 기드온은 주님의 천사와 대화를 나눕니다. 그런데 14절에 갑자기 주님이 등장해 기드온과 이야기를 나눕니다. 그러다 20절에 다시 주님의 천사가 주님을 대신해 기드온에게 이야기합니다. 이런 대목을 읽다보면 혼란스러울 수 있습니다. 하지만 히브리어 구약성경은 주님과 주님의 천사를 번갈아 가며 등장시키는 것에 개의치 않습니다. 주님의 천사를 만난 이들이 주님을 뵈었다고 말하거나, 주님과 대화를 나누고 있는데 갑자기 주님의 천사가 나타나 말하기도 하고, 주님의 천사가 말하는데 갑자기 주님이 등장하기도 합니다.(창세 16, 7∼14; 21, 15∼21; 22, 1∼19; 31, 1∼16; 탈출 3장 ; 판관 6장, 13장) 왜냐하면 구약성경은 주님과 주님의 천사를 별개로 생각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사실, 인간이 주님을 직접 뵈고 대화를 나누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우리에게는 언제나 주님의 말씀을 받아 전하는 이들이 필요합니다. 성경에서 이런 역할을 하는 이들이 주님의 천사들입니다. 천사들은 주님의 말씀을 전하며 자신과 주님을 구분하지만, 그들의 행동이나 말은 주님께서 직접 하시는 행동이나 말입니다. 오래된 성경 번역본인 칠십인 역 그리스어 구약성경은 판관 6,14 등과 같이 주님과 주님의 천사가 번갈아가며 등장하는 경우 혼동을 피하기 위해 모두“주님의 천사”가 등장한 것으로 바꾸어 번역하기도 합니다. 이는 인간이 주님을 직접 만나 대화하고 있다는 인상을 피하기 위함인 듯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