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 마리아, 요셉의 성가정
우종선 라우렌시오 신부 / 염포성당 주임
오늘은 가장 이상적이면서, 가장 모범적인 거룩한 가정을 기억하면서, 우리 가정도 성가정이 될 수 있도록 모두가 노력할 것을 다짐해 보는 날입니다. 하느님의 외아드님이시며, 하느님 자체이신 아들 예수님, 창세기에 이미 예고되었고, 꿈에 나타난 가브리엘 천사의 말에 “보십시오. 저는 주님의 종입니다. 말씀하신 대로 저에게 이루어지기를 바랍니다.”(루카 1, 38)라고 응답하며 하느님을 받아들이신 어머니 마리아, 뜻밖의 상황에 달리 마음먹었지만 역시 꿈에 나타난 천사의 말에, 사랑하는 여인과 자녀를 받아들이겠다고 다짐하는 요셉, 이 세 분으로 구성된 가정이 성가정인 것입니다. 가장 격이 높은 분이 아들인 예수님, 다음은 하느님의 어머니이신 마리아, 가장인 요셉이 가장 격이 떨어지는 것처럼 보일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그렇지 않습니다. 오늘 복음에 나오듯이, 천사와 요셉의 활약으로 아기 예수님과 그 어머니 마리아를, 헤로데의 위협에서 구해내어 나자렛에 정착하여 평안한 가정을 이루며 살게 됩니다. 우리네 사람들이 보는 격은 완전히 깨져버립니다. 왜냐하면 하느님을 ‘순명과 겸손’으로 받아들이시는 이 세 분에게는 격의 순서가 없기 때문입니다. 하느님 안에서 사랑으로 충만하고 완전한 가정을 이루고 있기 때문입니다. 한때, 아들 예수님을 예루살렘 순례길에서 잃었을 때, 조금의 오해가 있었지만, 세분 각각의 노력과 하느님을 중심으로 한 일치의 사랑 안에서 가장 완전한 가정을 이루게 된 것입니다.
형제, 자매 여러분, 여러분은 혼인성사로 가정을 이루게 되었고, 하느님의 선물인 자녀를 얻어 성가정에로의 불리움을 받았으며, 성가정을 이룰 의무와 책임이 있음을 기억해야 합니다. 성직·수도자들만 서약에 충실할 의무와 책임이 있는 것이 아닌 것입니다. 혼인과 자녀를 통해 성가정의 틀을 하느님께서 만들어 주셨다면, 이젠 각자가 노력해야 할 차례인 것입니다. 오늘 제1독서에서는 성가정을 이루게 되면 얻어지는 혜택에 대해, 제2독서에서 바오로 사도는 가족 구성원들이 성가정을 이루기 위해 사랑과 순종, 존중해 줄 것을 권고하고 있습니다. 권위를 내세우거나 요구를 해서는 안 된다는 것입니다. 성가정을 이루고는 싶은데, 내 가족이 예수·마리아·요셉처럼 살아주면 되겠는데… 이러한 ‘바람’과 ‘요구’보다는 각자의 위치에서 내가 먼저 ‘예수·마리아·요셉’처럼 사는 것이 중요한 것입니다. 성가정을 이루느냐? 그렇지 못 하느냐?는 ‘나 자신’에게 달려 있다는 ‘책임 의식’을 가져야 할 것입니다. ‘가정 복음화의 해’를 맞이하여, 성가정의 모범에 따라, 하느님 안에서 온 가족이 함께, 한마음으로 모여 기도하고, 사랑과 순명, 겸손과 봉사를 실천할 때 비로소 ‘성가정’이 이루어질 것입니다. 여러분의 가정이 ‘성가정’이 되기를 진심으로 기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