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수 2249호 2013.12.22 
글쓴이 장세명 신부 

젊은 요셉의 절망과 결심, 그리고…

장세명 안드레아 신부 / 괴정성당 주임

갓 홀로서기를 시작한 젊은이가 있었습니다. 여느 사람들처럼 예쁘고 정숙한 반려와 함께 살아갈 세상에 대한 기대도 컸고, 주님 축복의 선물인 많은 자녀들과 함께 식탁에 앉아 아버지로서의 당연한 의무인 주님의 말씀을 전할 수 있도록 준비도 하였을 것입니다.

그러나 이러한 기대와 준비는 한순간에 허사로 변해 버렸습니다. 자신의 정혼녀가 임신한 것이 드러난 것입니다. 그 당시 약혼한다는 것은 혼인한다는 뜻이었습니다. 합법적인 정혼자인 자신 이외의 다른 누군가의 아이를 가졌다는 것을 알게 된 그 젊은이는 엄청난 충격과 배신감을 느꼈습니다. 세상의 풍파를 거친 노인들의 현명함이나 노련함이 없었기에 더 할 수 없는 좌절과 혼란에 빠졌습니다. 30년 남짓한 삶에 있어 주님을 올곧게 믿어 왔고 하느님의 뜻을 크게 거역하지도 않은 자신에게 왜 이러한 일이 일어났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그는 고통과 절망 가운데서도 마리아를 고발하여 파멸의 길로 몰아세울 수도 있는 이기적인 생각에서 벗어나, 약혼녀가 피해를 보지 않도록 사람들 모르게 조용히 파혼하기로 결심합니다. 이것이 최선의 방책이라고 결론을 내렸던 것입니다.

그런데 꿈에 천사가 나타나서 그에게 마리아를 아내로 맞아들이라고 명령하고, 그 임신은 하느님의 영에 의한 것이며 태어날 아기는 당신 백성들을 구원하실 것이라고 알려줍니다. 그러자 젊은이는 자신의 결심을 바꾸어 약혼녀를 아내로 맞아들였습니다.

사랑하는 형제 자매 여러분!

전례력으로 새로운 한해를 맞이하며 시작되었던 우리의 기다림이 이제 곧 그 결실을 맺게 됩니다. 당신 백성을 죄로부터 구원하실 구세주를 뵙는 것입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 탄생의 또 다른 당사자인 요셉에 관한 말씀을 전해 들었습니다. 물론 마리아의 순명은 우리 신앙인의 귀감이지만, 오늘 묵상해본 요셉 성인은 모든 신앙인들에게 참으로 위안이 되고 길잡이가 됩니다.

청년 요셉이 겪게 되는 번민과 갈등, 그 와중에서도 하느님의 뜻에 일치하려는 노력과 결심, 그리고 온전히 드러나는 하느님의 뜻에 전적인 순명으로서의 일치.

이러한 과정을 통해서 하느님 구원사업의 또 다른 협력자가 되실 수 있었습니다.

우리도 일상의 실패와 좌절 중에서도 결코 절망하지 않고, 과연 하느님의 뜻이 무얼까 하고 고민하고, 그분의 뜻에 일치하려는 노력을 다할 때, 우리에게 당신의 온전한 뜻을 명확히 보여주시고 당신의 아드님을 보여 주실 것입니다. 아멘.

호수 제목 글쓴이
2897호 2025. 11. 9  우리는 하느님의 성전입니다 file 최정훈 신부 
2896호 2025. 11. 2  우리의 영광은 자비에 달려있습니다 file 염철호 신부 
2895호 2025. 10. 26  분심 좀 들면 어떤가요. file 최병권 신부 
2894호 2025. 10. 19  전교, 복음의 사랑으로 file 김종남 신부 
2893호 2025. 10. 12  우리가 주님을 만날 차례 file 한종민 신부 
2892호 2025. 10. 6  복음의 보름달 file 김기영 신부 
2891호 2025. 10. 5  느그 묵주 가져왔나? file 김기영 신부 
2890호 2025. 9. 28  대문 앞의 라자로를 외면하지 마십시오. file 정창식 신부 
2889호 2025. 9. 21  신적 생명에 참여하는 삶 file 조성문 신부 
2888호 2025. 9. 14  나를 죽이고 십자가를 지는 삶 file 박재범 신부 
2887호 2025. 9. 7  더 크게 사랑하기 위해서는? file 이재원 신부 
2886호 2025. 8. 31  행복을 선택하는 삶 file 박호준 신부 
2885호 2025. 8. 24  ‘좁은 문’ file 이영훈 신부 
2884호 2025. 8. 17  사랑의 불, 진리의 불 file 이영창 신부 
2883호 2025. 8. 15  마리아의 노래-신앙인의 노래! 김대성 신부 
2882호 2025. 8. 10  그리움, 기다림, 그리고 깨어있는 행복! file 김대성 신부 
2881호 2025. 8. 3  “만족하십시오.” file 이재혁 신부 
2880호 2025. 7. 27  “노인(老人)=성인(聖人)” file 정호 신부 
2879호 2025. 7. 20  마르타+마리아=참으로 좋은 몫 file 이균태 신부 
2878호 2025. 7. 13  누가 저의 이웃입니까? file 계만수 신부 
주보표지 강론 누룩 교구소식 한마음한몸 열두광주리 특집 알림 교회의언어 이달의도서 읽고보고듣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