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아버지의 선물

가톨릭부산 2015.10.15 06:17 조회 수 : 21

호수 2245호 2013.11.24 
글쓴이 정호 신부 

사랑하는 아버지의 선물

정호 빈첸시오 신부 / 울산장애인복지관 관장

오늘은 그리스도 왕 대축일입니다. 그리스도 왕 대축일은 십자가 위에서 당신의 지상 삶을 마무리하신 예수님처럼 그리스도인들에게 한 해의 마무리를 뜻합니다. 열심히 지낸 한 해를 돌아보고 구세주의 오심으로 시작되는 새로운 한 해를 준비해야 할 시기입니다.

그리스도 왕 대축일의 복음 속 예수님은 분명 왕으로 등장하십니다. 그러나 주님께는 화려한 관도, 멋진 어좌도 없습니다. 주님은 땅에도 발을 붙이지 못하시고, ‘유다인의 왕’이라는 명패가 걸린 십자가 아래, 매달린 채로 죽음을 앞두고 계십니다.

세상 마지막 날, 예수님은 우리에게 오실 때처럼 아무것도 지니지 못하고 세상을 떠나시게 되었습니다. 막 태어날 아이를 위한 자리를 허락하지 않았던 이스라엘 백성은 결국 끝까지 주님이 설 땅을 허락하지 않았습니다.

세상을 구하러 오신 우리 왕에게 쏟아지는 백성의 소리는 저주와 비웃음이고, 주님께 바쳐진 것이라고는 가시로 엮은 관과 가장 잔혹한 형벌이었습니다. 그리고 삶의 마지막에 그분 곁을 지킨 사람이라고는 양편으로 달려 있는 죄수들이 전부였습니다. 그것이 하느님의 백성 이스라엘에게 왕으로 오신 주님의 모습이었습니다. 그래서 십자가의 예수님은 ‘실패한 인생’의 본보기처럼 우리 앞에 계십니다.

그러나 모든 것이 끝나는 순간 “저를 기억해 주십시오.” 라고 말하는 한 사람이 등장합니다. 고백의 주인공은 자신의 죄를 죽음으로 책임져야 했던 죄수였습니다. 삶의 마지막에 뉘우친 이 죄인은 주님께 구원을 약속받습니다.

이 일로 인해 어둡기만 했던 복음의 현장은 순식간에 절망에서 구원의 자리로 변화됩니다. 모두가 죽기를 바랐던 주님과 스스로 죽을죄를 지었던 죄수의 만남과 구원 사건, 이것은 하느님의 영원한 생명으로 세상을 구하려 하신 주님의 뜻이 어떤 힘에도 꺾이거나 변하지 않고 계속됨을 보여주는 기적의 사건이었습니다. 결국 주님의 십자가 죽음으로 모든 것을 중단시키려던 사람들의 결정은 어긋나고 주님은 이 강한 사랑을 부활 사건을 통해 완성하십니다.

마구간에서 빈 손으로 세상을 시작하셨던 주님, 마지막에 주님의 그 손을 잡을 수 있었던 죄인의 구원은 주님을 우리에게 보내주신 선하신 아버지의 선물이 아니었을까 생각해봅니다.

우리에게 허락된 한 주간, 우리는 이 한 해를 ‘그리스도인’으로서 어떻게 살았는지 되돌아볼 기회를 가져야 합니다. 그때 우리는 한 해의 반성보다 주님의 변함없는 사랑을 기억하며 기쁜 마음으로 행복한 날들로 지난 한 해를 기억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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