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수 | 2230호 2013.08.1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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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 정승환 신부 |
불을 지르러 왔다.
정승환 베드로 신부 / 만덕성당 주임
연일 이어지는 불볕더위에 몸도 마음도 지쳤습니다. 처서 절기를 며칠 앞두고 다가올 가을의 풍요로움을 생각해 봅니다. 오늘 제2독서의 말씀처럼 우리가 달려야 할 길을 꾸준히 달려가 우리 믿음의 영도자이며 완성자이신 예수님을 바라보기 위하여 힘을 내야 하겠습니다. 그분께서 십자가를 견디어 내시어 하느님의 어좌 오른쪽에 앉으신 것처럼, 우리 또한 새로운 노래를 부르며 열심히 살아가야 할 것입니다.
오늘 복음 말씀에서 예수께서는 이 세상에 불을 지르러 왔다고 말씀하실 뿐만 아니라 세상에 평화가 아니라 분열을 일으키러 왔다고 하십니다. 우리가 아는 예수님의 말씀이라고는 생각할 수 없는, 이해하기 힘들고 많이 당황스러운 내용입니다. 소방수가 아니라 방화자로, 평화의 화신께서 가족 간의 분열을 조장하시고 서로 갈라서게 하시다니요?
우리는 오늘 주님께서 말씀하시는 역설적 의미를 잘 알아들어야 합니다. 모든 것을 태우는 ‘불’은 바로 세상을 정화하시는 하느님의 능력을 뜻합니다. 이사야의 소명설화(이사 6장)에서 이사야는 불에 달군 숯으로 입술이 정화되고 죄 사함을 받아 예언자로서의 전혀 새로운 삶을 살게 됩니다. 이처럼 불은 인간들의 오만을 태우고 하느님의 거룩함과 그분의 초자연적인 권능을 드러내며 심판 날에 밀과 가라지를 가려냄으로써 완성될 것입니다. 또한 불은 성령을 의미합니다. 주님께서는 이 세상이 하느님의 영에 의해서 활활 타오르기를 간절히 바라십니다. 온갖 속된 세상의 것들을 모두 태우고 정화된 삶은 바로 성령의 비추심에 따라 살아가는 참된 삶이 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주님은 평화의 화신이십니다. 그분이 탄생하셨을 때 평화가 넘쳤고, 당신께 치유 받은 여인에게 평화를 베푸셨고, 전교 여행을 하면서 평화의 인사를 하도록 사도들에게 지시하셨고, 부활하신 주님의 첫 인사 또한 평화의 축복이셨습니다. 이런 온유하고 평화 자체이신 분이 우리가 믿는 주님이십니다. 예수님께서 말씀하신 평화는 분열을 극복하고서만 얻을 수 있는 귀한 선물입니다. 그분의 평화는 이것도 좋고, 저것도 좋은 어정쩡한 평화가 결코 아닌 것입니다. 그 평화는 불을 통해 정화된 참 평화이며, 당신이 받아야 할 세례, 즉 그분의 전 생애인 삶과 죽음을 온전히 아버지께 봉헌함으로써만 이루어지는 진정한 평화인 것입니다.
이런 의미에서 주님께서는 우리에게 불을 지르러 오셨고, 평화가 아니라 분열을 일으키러 오신 분이십니다. 우리도 주님의 말씀처럼 성령과 불의 세례를 기억하며 세상과의 타협이 아니라, 제1독서의 예레미야 예언자처럼 박해 속에서도 말씀을 전하고 증거의 삶을 살아가야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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