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명의 삶

가톨릭부산 2015.10.15 06:02 조회 수 : 69

호수 2229호 2013.08.15 
글쓴이 김정욱 신부 

순명의 삶

김정욱 바오로 신부 / 시장사목

오늘은 성모 마리아께서 지상 생활을 마치신 다음 영혼과 육신이 함께 하늘로 올라가셨음을 경축하는 날인 성모 승천 대축일입니다. 오늘 복음 말씀에는 두 여인이 등장하는데 임신한 두 여인이 서로 반갑게 만나서 이야기하는 장면입니다. 이것이야말로 어느 동네에서나 목격할 수 있는 일상다반사에 불과하지만 바로 이 범상한 조그만 이야기 속에서 엄청난 천주 강생의 신비가 엿보이고 하느님께 대한 철저한 믿음이 담겨있습니다. “행복하십니다. 주님께서 하신 말씀이 이루어지리라고 믿으신 분!”(루카 1, 45) 엘리사벳이 마리아를 찬미한 말이며, 이것이 마리아께 대한 인사말의 끝이며 정점입니다. “내 영혼이 주님을 찬송하고…우리 조상들에게 말씀하신대로 그 자비가 아브라함과 그 후손에서 영원히 미칠 것입니다.”(루카 1, 46∼55) 라고 마리아는 하느님께서 베푸신 은총에 감사하며 자신의 믿음을 고백합니다. 승천의 영광은 비천한 환경에서 천사의 방문을 통하여 하느님 말씀을 듣고 그 말씀을 감당하기에 인간적으로는 도저히 받아들이기 힘들었지만 하느님의 뜻이었기에 순명하고 나아가 감사와 찬양을 드리며 하느님의 뜻이 이루어지도록 침묵의 삶을 살았던 마리아의 믿음을 하느님께서 사랑하셨고 들어 높이신 것입니다. 마리아의 승천은 새로운 시대의 첫 신앙인에게 구원이 미리 실현된 것이며 그것은 모든 믿는 이에게, 바로 우리에게 그리스도를 통해서 일어날 사실에 대한 징표입니다. 이렇게 교회는 성모 승천을 맞이하여 우리에게 마리아의 믿음을 다시금 본받고 새기길 바랍니다.

형제·자매 여러분, 우리의 신앙은 추상적인 것이나 일반적인 원칙에 관한 것이 아닙니다. 우리의 신앙은 하느님께 관한 것이고 구체적인 환경에서 실제로 살고 있는 각 사람을 위해 하느님께서 사실로 행하셨고, 행하시고, 장차 행하실 사정에 관한 것입니다. 마리아의 믿음에 비추어 우리 각자는 하느님과의 관계를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습니까? 종종 우리는 ‘쉬운 신앙생활’을 찾고 또 그렇게 하려고 하는 면이 있지는 않은지. 자신이 하기 쉬운 것들, 자신의 뜻과 행동에 편한 것들을 신앙 안에서 찾고 있지는 않은지요? 내가 필요해야 기도하고, 마음에 들어야 사랑하고, 마음이 편해야 용서하고, 여유로울 때 활동하고 나누려고 하는 이른바 ‘쉬운 신앙의 삶’이 아니라 다시 말해, 봉헌되지 못한 삶이 아니라 매 순간 세상을 향하여 우리를 향하여 오시는 그분의 뜻에 맞게 살아가도록 해야 합니다.

마리아께서 자신을 ‘주님의 종’이라 고백함으로써 자신의 전 존재를 하느님의 구원사업에 바치신 것처럼 우리 믿음의 삶 역시 매순간 주님께 봉헌되도록 노력해야 할 것입니다. 말씀에 순명하는 삶이었기에 하늘에 들어 높여 천상의 어머니가 되신 것처럼, 우리 역시 주님의 말씀을 순명하면서 부활의 기쁨을 함께 나누도록 합시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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