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수 2228호 2013.08.11 
글쓴이 전동기 신부 

현재에 충실한 깨어 있는 삶을 살자

전동기 유스티노 신부 / 부산가톨릭대학교 신학원장

오늘 복음 말씀에서 주님께서는 “너희는 허리에 띠를 매고 등불을 켜 놓고 있어라. 혼인 잔치에서 돌아오는 주인이 도착하여 문을 두드리면 곧바로 열어 주려고 기다리는 사람처럼 되어라.”(루카 12, 35∼36)고 말씀하십니다.

예전에는 오늘날과는 달리 통신수단도 교통수단도 변변치 않아서 혼인잔치에 간 주인이 언제 돌아올지 알 수 없었습니다. 게다가 이스라엘에서는 혼인잔치를 며칠씩 하였고 길게는 일주일도 하였습니다. 그래서 며칠 후에 주인이 올지, 그리고 시간도 한밤중에 올지 새벽에 올지 알기가 무척 힘들었습니다. 그렇더라도 종들은 만반의 준비를 해서 주인을 기다려야 했습니다. 막상 주인이 돌아왔을 때 모든 종이 자고 있다든지, 그제야 부스스 일어나서 늦게 문을 열어준다든지 하면 주인이 그렇게 기분이 안 좋을 겁니다. 혼인잔치에서의 흥이 다 사라져 버릴 것입니다. 종들이 기다리고 있다가 문을 두드리는 즉시 열어주면, 혼인잔치에서의 여흥이 남아 있던 주인이 얼마나 흡족해하겠느냐는 것입니다.

오늘 복음 말씀에서는 주인이 피곤도 잊은 채 “띠를 매고 그들을 식탁에 앉게 한 다음, 그들 곁으로 가서 시중을 들 것이다.”(루카 12, 37)라고 합니다. 종들로서는 얼마나 몸 둘 바 모르겠습니까? 당연히 종들이 주인을 위해서 띠를 매고 주인 곁으로 가서 시중을 들어야 하는데, 주인이, 그것도 피곤해 있을 주인이 시중을 든다는 게 상상이 가십니까? 그만큼 주인이 기뻐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그 날이 언제 올지 모르기 때문에 항상 깨어 있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깨어 있는 자세는 현재 자기가 있는 자리에서 충실 하는 것입니다.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은 지금 현재 밖에 없습니다. 우리는 내일을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 오늘을 살아가고 있습니다. 우리는 내일을 바라보며 오늘을 살아가는 것이지 오늘을 접어두고 내일을 살아가는 것이 아닙니다. 그리고 깨어 있지 않으면 능동적이고 주체적으로 살아갈 수 없습니다. 깨어 있지 않으면 지혜롭게 세상을 살아갈 수 없습니다.

법구경에 “깨어 있음이야 말로 삶으로 가는 길, 어리석음은 죽음처럼 잠든다. 지혜로운 이는 잠들지 않고 영원히 살리라.”는 말이 있습니다. 항상 의식을 가지고서 깨어 지내라는 것입니다. 그렇게 깨어 있는 삶이 삶의 길이고, 어리석고 흐릿한 삶은 삶이 아니라 죽음처럼 잠드는 삶이라는 것입니다. 그래서 지혜롭고 슬기로운 사람은 참으로 깨어 있는 삶을 살기 때문에 잠들지 않고 영원히 산다는 것입니다.

“허리에 띠를 매고 등불을 켜 놓고 있어라.”는 주님의 말씀처럼 ‘지금 그리고 여기서’ 해야 할 일을 충실하고 겸손히 하는 깨어 있는 우리가 되었으며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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