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수 2223호 2013.07.07 
글쓴이 임형락 신부 

영성 생활은 잘하고 계십니까?

임형락 이냐시오 신부 / 정하상바오로영성관장

가끔 이런 질문을 받기도 하지만 똑같이 같은 질문들을 던져보기도 합니다. ‘영성이 무엇입니까? 영성 생활은 잘하고 계십니까?’ 대부분 이런 대답들을 하십니다. ‘영성은 기도 생활을 열심히 하는 것, 하느님을 내 마음에 모시고 살려고 노력하는 것, 하느님이 나와 함께 계심을 믿고 느끼며 내 삶 속에서 그분에게 배우고 듣고 따르려는 생활 아닙니까?’ 다양한 대답들을 들으면서 많은 반성을 하게 됩니다.

그리스도인은 성령의 인도에 따라 살아가야 한다고 합니다. 그렇다면 성령의 인도에 따라 사는 삶을 영성 생활이라 해야 하지 않을까 합니다. 성령이 누구십니까? 보이지 않는 하느님의 힘이십니다. 따라서 모든 그리스도인은 근본적으로 자기중심적으로 보고 판단하고, 자신의 힘으로, 의지대로 무엇인가 하려는 삶이 아니라 함께하시는 하느님의 힘을 믿고 그분께 자신을 맡기고 그분의 말씀을 듣고, 배우고 따르는 삶을 지향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나아가 삶의 무게 중심을 자기에게서 하느님으로 옮기는 삶을 끊임없이 지향하는 것, 이것을 영성 생활이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대부분 성직자, 수도자, 평신도들이 영성 생활과는 거리가 먼 삶을 살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습니다. 성령의 인도가 아니라 여전히 악령의 지배를 받고 있다는 것입니다. 이기적이고 자기중심적인 삶을 고집하고 있고, 매일매일 자기 자신을 버리고 제 십자가를 지고 따라야 한다는데, 도리어 제 십자가를 남에게 지우면서 희생을 강요하고, 비우는 삶보다 소유하는 삶을, 섬김의 삶보다 섬김을 받고 누리려는 삶에 더 관심이 많다는 것입니다. 성령의 열매가 무엇입니까? 사랑, 기쁨, 평화, 인내, 친절, 선행, 진실, 온유, 그리고 절제입니다.(갈라 5, 22∼23) 그런데 과연 오늘날 우리 그리스도인들의 삶에서 이런 성령의 열매들을 찾아볼 수 있습니까? 삶의 무게 중심을 옮기려고 하지 않는 한, 새로운 삶의 방식을 택하지 않는 한, 성령의 인도에 따라 살아가려고 하지 않는 한, 그 열매를 맺을 수가 없는 것입니다.

오늘 한국 성직자들의 수호자 성 김대건 안드레아 사제 순교자 대축일을 지내면서 한국의 모든 성직자를 비롯한 그리스도인들이 스스로의 삶의 방식, 지향에 대해 깊이 반성해 보아야 할 것입니다. 길을 아는 것과 길을 가는 것은 다르지 않습니까? “사실 말하는 이는 너희가 아니라 너희 안에서 말씀하시는 아버지의 영이시다.”(마태 10, 20)
 

호수 제목 글쓴이
2897호 2025. 11. 9  우리는 하느님의 성전입니다 file 최정훈 신부 
2896호 2025. 11. 2  우리의 영광은 자비에 달려있습니다 file 염철호 신부 
2895호 2025. 10. 26  분심 좀 들면 어떤가요. file 최병권 신부 
2894호 2025. 10. 19  전교, 복음의 사랑으로 file 김종남 신부 
2893호 2025. 10. 12  우리가 주님을 만날 차례 file 한종민 신부 
2892호 2025. 10. 6  복음의 보름달 file 김기영 신부 
2891호 2025. 10. 5  느그 묵주 가져왔나? file 김기영 신부 
2890호 2025. 9. 28  대문 앞의 라자로를 외면하지 마십시오. file 정창식 신부 
2889호 2025. 9. 21  신적 생명에 참여하는 삶 file 조성문 신부 
2888호 2025. 9. 14  나를 죽이고 십자가를 지는 삶 file 박재범 신부 
2887호 2025. 9. 7  더 크게 사랑하기 위해서는? file 이재원 신부 
2886호 2025. 8. 31  행복을 선택하는 삶 file 박호준 신부 
2885호 2025. 8. 24  ‘좁은 문’ file 이영훈 신부 
2884호 2025. 8. 17  사랑의 불, 진리의 불 file 이영창 신부 
2883호 2025. 8. 15  마리아의 노래-신앙인의 노래! 김대성 신부 
2882호 2025. 8. 10  그리움, 기다림, 그리고 깨어있는 행복! file 김대성 신부 
2881호 2025. 8. 3  “만족하십시오.” file 이재혁 신부 
2880호 2025. 7. 27  “노인(老人)=성인(聖人)” file 정호 신부 
2879호 2025. 7. 20  마르타+마리아=참으로 좋은 몫 file 이균태 신부 
2878호 2025. 7. 13  누가 저의 이웃입니까? file 계만수 신부 
주보표지 강론 누룩 교구소식 한마음한몸 열두광주리 특집 알림 교회의언어 이달의도서 읽고보고듣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