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수 | 2220호 2013.06.1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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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 김정호 신부 |
진정으로 용서받으려면
김정호 베네딕토 신부 / 옥동성당 주임
우리가 진정한 마음으로 고해하고 나면, 마음 깊은 곳에서부터 뜨거운 감동을 하고 거기서 솟아오르는 기쁨으로 가득해집니다. 그러면 “하느님 아버지, 감사합니다.” 하는 말이 저절로 우러나옵니다. 그런데 똑같은 고해성사를 받고도 그저 옷섶에 묻은 음식 자국을 지운다거나, 교통위반으로 벌금을 내어야 하는데 그것이 면제되어 다행이라 여기는 정도일 뿐, 감동이나 기쁨이나 감사라는 말은 떠오르지도 않는 경우도 봅니다. 이런 상반된 결과를 보면서, 오늘 죄와 용서에 대해 함께 생각해 봅시다.
흔히들 죄라는 것은 어떤 규칙을 위반하는 것으로 생각합니다. 그러다 보니 지키지 못한 의무에 대해 핑계거리를 찾게 되고, 진정한 뉘우침 없이 그저 처벌을 면할 길에만 관심이 쏠립니다. 그러니 고해 후에도 아무 감동과 기쁨이 없고 그저 위기를 벗어난 안도의 한숨만 있을 뿐입니다.
죄는 사랑에 대한 배반입니다. 하느님의 사랑을 믿지 않는 것이 바로 죄입니다. 따라서 하느님께 용서를 받는다는 것은 잃었던 그 사랑을 되찾는 것입니다. 바로 이 점을 오늘 제2독서에서 지적하고 있습니다. 사람은 율법이 아닌 믿음으로 의롭게 된다고 하면서, 나를 사랑하시고 나를 위하여 당신 자신을 바치신 그리스도를 믿음으로 산다고 말합니다. 처벌에서 벗어났기에 다행이라고 생각하기보다는, 아버지의 사랑을 다시 찾아 기뻐하는 것이 바로 용서의 은총입니다.
하느님의 은총은 내리는 비와 같다고 합니다. 비는 누구에게나 차별이 없이 내리지만, 준비한 그릇에 따라 받아들이는 정도가 달라집니다. 용서의 은총은 얼마나 간절한 마음인가에 달려 있습니다. 예수님의 발치에서 하염없는 눈물로 뉘우치는 오늘 복음의 여인! 모두 손가락질했지만 그녀는 용서받았습니다. 자신의 죄를 진정으로 뉘우쳤기 때문입니다.
이런 재미있는 얘기가 있습니다. 옛날 어떤 사람이 죽어서 심판을 받게 되었습니다. 천국에 들어가려면 100점을 받아야 하는데, 자신의 삶을 보고하면서 점수를 받기 시작했습니다.
“주일미사에 항상 참석했습니다.”
“예, 1점입니다.”
“겨우 1점? 교무금도 잘 내었는데…”
“예, 그럼 1점 더 드리죠.”
“주일 헌금도 꼬박꼬박 잘 냈어요.”
“그랬군요, 1점 더 받게 됩니다.”
“아니, 이러다 언제 100점 채워요?”
“글쎄요, 또 없나 잘 찾아보세요.”
(한참 생각한 후)
“아무래도 부족하군요. 그저 주님의 용서를 빕니다.”
“드디어 깨달았군요. 용서를 빌 줄 알게 되었으니, 이제 100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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