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수 2210호 2013.04.07 
글쓴이 박상대 신부 

하느님! 당신의 자비에 저희를 의탁하나이다.

박상대 마르코 신부 / 몰운대성당 주임

오늘은 부활 팔일 축제의 마지막 날로서, 부활절에 세례를 받은 신자들이 입었던 흰옷을 벗는다 하여 전통적으로는 ‘사백(卸白)주일’이며, 2001년부터는 ‘하느님의 자비 주일’이라 불리는 날이다. 후자는 요한 바오로 2세 교황께서 2000년 대희년을 맞아 폴란드 출신의 파우스티나 수녀를 시성하면서 하느님의 놀라우신 자비를 기념하도록 당부하신 데서 시작되었다.

성녀 마리아 파우스티나(1905~1938)는 가난했으나 신앙심이 두터운 가톨릭 농부 집안의 10남매 중 세 번째로 태어나, 12살에 학업을 중단하고 가정부로 일하며 동생들의 생계를 도우다 20살에 ‘자비의 성모 수녀회’에 입회하였다. 일찍부터 영적 은총의 삶을 살아왔던 성녀는 그리스도의 환시를 체험한다. 예수님께서는 한 손으로 붉은색과 흰색의 두 갈래 빛이 비쳐 나오는 자신의 성심을 움켜쥐고, 다른 손을 내밀어 강복하시는 모습을 보여주시면서 성녀에게 예수 성심을 공경하고 하느님의 자비를 선포하라는 사명을 주셨다.

성녀는 자신의 일기에서 첫째, 모든 인간을 향한 하느님의 자비로운 사랑에 대해 성경이 전하는 신앙의 진리를 세상에 일깨우고 둘째, 하느님의 자비에 대한 신심을 실천하고 죄인들의 회개를 위해 하느님의 자비를 간청하며 셋째, 이 신심운동의 목표는 그리스도교의 완덕을 위한 것이라 요약하였다. 요한 바오로 2세 교황께서 ‘하느님 자비의 사도’였던 파우스티나 수녀를 대희년과 새로운 천년기를 시작하는 가톨릭교회를 위한 첫 성인으로 시성한 일은 결코 우연이 아니었다.

예수님의 처절한 죽음은 제자들을 두려움으로 몰아넣었고, 빈 무덤은 토마스 사도를 방황하게 하였다. 하지만 부활하신 예수님은 토마스의 불신앙을 용서하시고, 그들에게 성령의 숨을 불어넣어 주시면서 세상의 죄를 용서하는 ‘자비의 사도’로 파견하신다. 세상은 하느님의 아드님을 단죄하였고, 그분을 십자가에 못 박아 죽게 한 장본인이 아닌가. 그런 세상을 용서하라고, 자비를 베풀라고 제자들을 파견하신 것이다.

잠시 각자 자신에게 ‘예수님을 본 적이 없음에도 부활의 증인이 될 수 있는지’ 물어보자. 될 수 있다면 우리는 행복한 사람에 속하며, 이제는 내가 나설 차례가 되었음을 깨닫자. 부활하신 주님은 일찍이 하느님의 첫 숨을 받아 생명체가 된 우리를(창세 2,7 참조) 오늘 다시금 성령의 숨으로 탄생시켜 세상과 이웃을 향한 자비의 사도가 되게 하신다. 단지 일상이 주는 정신적, 물리적 고통과 시련에 맞서지 못하고 쉽게 주저앉아 버리는 우리 자신을 다시 일으켜 세워 세상을 향하여 나가자. 내가 먼저 하느님의 자비에 자신을 온전히 의탁하고, 어떤 잘못이든 용서하지 못하는 자와 용서받지 못하는 자가 없도록 용서에 사랑을 더하여 자비를 베푸는 사도가 되자.

호수 제목 글쓴이
2897호 2025. 11. 9  우리는 하느님의 성전입니다 file 최정훈 신부 
2896호 2025. 11. 2  우리의 영광은 자비에 달려있습니다 file 염철호 신부 
2895호 2025. 10. 26  분심 좀 들면 어떤가요. file 최병권 신부 
2894호 2025. 10. 19  전교, 복음의 사랑으로 file 김종남 신부 
2893호 2025. 10. 12  우리가 주님을 만날 차례 file 한종민 신부 
2892호 2025. 10. 6  복음의 보름달 file 김기영 신부 
2891호 2025. 10. 5  느그 묵주 가져왔나? file 김기영 신부 
2890호 2025. 9. 28  대문 앞의 라자로를 외면하지 마십시오. file 정창식 신부 
2889호 2025. 9. 21  신적 생명에 참여하는 삶 file 조성문 신부 
2888호 2025. 9. 14  나를 죽이고 십자가를 지는 삶 file 박재범 신부 
2887호 2025. 9. 7  더 크게 사랑하기 위해서는? file 이재원 신부 
2886호 2025. 8. 31  행복을 선택하는 삶 file 박호준 신부 
2885호 2025. 8. 24  ‘좁은 문’ file 이영훈 신부 
2884호 2025. 8. 17  사랑의 불, 진리의 불 file 이영창 신부 
2883호 2025. 8. 15  마리아의 노래-신앙인의 노래! 김대성 신부 
2882호 2025. 8. 10  그리움, 기다림, 그리고 깨어있는 행복! file 김대성 신부 
2881호 2025. 8. 3  “만족하십시오.” file 이재혁 신부 
2880호 2025. 7. 27  “노인(老人)=성인(聖人)” file 정호 신부 
2879호 2025. 7. 20  마르타+마리아=참으로 좋은 몫 file 이균태 신부 
2878호 2025. 7. 13  누가 저의 이웃입니까? file 계만수 신부 
주보표지 강론 누룩 교구소식 한마음한몸 열두광주리 특집 알림 교회의언어 이달의도서 읽고보고듣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