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수 2206호 2013.03.10 
글쓴이 이병주 신부 

사랑, 기회를 주는 것 : 폐품인생을 명품인생으로

이병주 시몬 신부 / 범일성당 주임

사도 바오로는 고린토 1서 13장 4절에서 사랑은 “오래 참는다”고 했습니다. “오래 참는다”는 것은 내가 희생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부모가 자식에게 그토록 희생하는 이유가 무엇입니까? 사랑하기 때문입니다. 다시 일어설 기회를 주기 위해서입니다. 허랑방탕하던 탕자가 굶어 죽게 되었을 때, “내 아버지의 집에는 먹을 것이 풍족하니 나는 아버지 집에 가서 품꾼으로 살리라”고 생각하고 돌아왔습니다. 그러나 아버지는 그 아들에게 “그래 너는 그 정도밖에 안 되는 인간이니 종으로 살아라” 하고 말하지 않았습니다.(루카 15, 14~20 참조) 오히려 다시 아들로 살 기회를 주었습니다. 상대방에게 기회를 준다는 것은 그만큼 내 속이 상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내가 기회를 주었는데 요행히 그다음 날부터 상대가 내 마음에 쏙 들게 행동한다면 얼마나 좋겠습니까?

그런데 기회를 준 후에도 그가 그 기회를 통해 바로 서기까지는 시간이 더 필요합니다. 그때까지는 내가 오래 참아 주어야 하고 내 속이 썩어야 하는 것입니다.

예수님께서는 주님을 부인하고 배신했던 베드로에게 “네가 나를 사랑하느냐” 라고 세 번 물어 주심으로, 자신의 실수를 만회할 기회를 주셨습니다. 예수님께서 세 번의 기회를 주셨기 때문에 그는 과거의 허물로부터 자유로워졌습니다. 이처럼 사랑은 기회를 주는 것이며, 폐품인생을 명품인생으로 만들어 줍니다.

예수님께서는 죽을 수밖에 없는 우리에게 또 한 번 생명의 기회를 주시기 위해서 자신을 몸소 십자가 위에 제물로 바치셨습니다. 중요한 것은 내가 그리스도의 사랑 때문에 누구에겐가 기회를 주기 위하여 나 자신을 희생 제물로 내어 놓을 때, 반드시 부활의 역사가 일어난다는 사실입니다. 왜 그렇습니까?

우리 주님이 살아 계시기 때문입니다. 예수 그리스도께서는 우리에게 기회를 주기 위해서 당신 자신이 썩고 희생당했지만, 결국 부활하셔서 우리와 함께하고 계십니다. 우리는 그분을 믿는 사람들입니다.

사랑하기 때문에, 기회를 주기 때문에 속이 상할 수 있습니다. 그때 나의 상한 속을 보지 마십시오. 나의 그 속상함을 통로 삼아 주님께서 일으키실 부활의 역사를 바라보십시오. 주님의 역사는 반드시 일어납니다. 우리 주님은 살아 계시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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