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호수 | 2204호 2013.02.24 |
|---|---|
| 글쓴이 | 신요안 신부 |
영광스러운 변모
신요안 세례자 요한 신부 / 호계성당 주임
해마다 사순 제2주일에는 예수님의 거룩한 변모 이야기를 듣습니다. 영광스러운 변모 이야기는 과학의 상식 안에서 볼 때 사실로 받아들이기가 힘듭니다. 이런 초자연적인 사건은 예수님이 하느님의 아들이라는 것을 증명해 주는 것이라고 주장하는 신앙인들도 있지만, 오늘날 과학 만능주의의 현대인들에게는 설득력 있는 주장은 못됩니다. 우리 신앙인들은 이런 이야기들을 과학과 지식의 언어가 아니라 상징과 의미의 언어로 이해해야 합니다. 사실관계를 따지기보다 본문 이면에 담긴 의미를 알아보고 자신의 삶과 연결시켜 묵상해 봄도 좋으리라 여깁니다.
이 이야기에 등장하는 소재들은 하느님이 시나이 산에서 모세에게 나타나신 신현(神顯)사화(출애 24장 참조)와 비슷한 점이 많습니다. 산에 올라가는 3명의 동반자, 산이라는 공간, 그리고 구름 뒤에서 들리는 음성 등이 같은 소재라고 볼 수 있지요. 이처럼 복음서 저자들은 예수님이 가지신 신적 성격을 드러내기 위해 구약의 소재들을 적극 활용하고 있습니다.
모세와 엘리야가 등장하고 예수님이 이들과 당신의 수난에 대해 말씀을 나누신다는 것은 예수님을 통한 구원 역사의 완성을 상징합니다. 모세와 엘리야는 각각 율법과 예언자를 상징합니다. 예수님이 이들과 한자리에 모임으로써 이스라엘의 율법 전통과 예언자 전통을 온전히 계승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또한 이들의 대화 내용(루카 9, 31 참조)은 예수님의 수난과 죽음, 그리고 부활이 이 두 전통의 완성이라는 것을 상징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다양한 구약전승을 활용하여 루카복음서 저자는 예수님은 하느님의 아들, 그리고 그리스도이심을 말하고자 합니다.
제자들은 예수님의 거룩한 변모를 보며 놀라움과 두려움 안에서도 그 곳에 머물기를 희망합니다. 하느님을 체험하고 예수님을 그리스도로 체험한 그 순간이 지속되기를 바라는 것이지요. 우리 신앙의 삶도 마찬가지입니다. 기도나 미사를 통해, 또는 어떤 사건을 통해 하느님의 은총을 맛볼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그 만남과 은총의 체험은 믿음의 삶을 실천하기 위한 밑거름일 뿐입니다. 그 체험의 기쁨에서 나와 예수님의 말씀 따라 살아갈 때 제자 됨의 도리를 다하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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