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호수 | 2491호 2018.06.03 |
|---|---|
| 글쓴이 | 박주영 첼레스티노 |
내 마음 속 겉돎에 대하여
박주영 첼레스티노 / 남천성당, 언론인 park21@chosun.com
‘지역을 위해, 정치인을 위해, 가정을 위해, 공직자들을 위해…’
미사 때면 말씀의 전례 마지막에 이런 기도를 합니다. ‘보편지향기도’라고 합니다. 그런데 옹졸하고, 이기적인 저는 그 기도를 드릴 때 가끔씩 ‘절절한 마음이 담기지 않은 기도 아닐까?’란 생각을 합니다. 그러다 대개 ‘거룩한 미사에서 왜 이런 분심을?’하며 서둘러 생각을 덮어버리곤 했습니다.
얼마 전 미사 참례 때 그런 생각이 불쑥 올라왔습니다. 독서가 진행될 때였습니다. “이제, 하느님께서 땅 위에 사람을 창조하신 날부터 너희가 태어나기 전의 날들에게 물어보아라. … 아니면 주 너희 하느님께서 이집트에서 너희가 보는 가운데 너희를 위하여 하신 것처럼 온갖 시험과 표징과 기적, 전쟁과 강한 손과 뻗은 팔과 큰 공포로 한 민족을 다른 민족 가운데에서 데려오려고 애쓴 신이 있느냐 … ”(신명 4,32~34)
먼저, ‘모세 시대, 이스라엘 사람들은 하느님을 직접 보고 겪었는데도 금방 잊어버리거나 왜 그리 자주 깜박하며 산거지?’하는 의문이 들었습니다. 그러다 이내 ‘너는?’이라는 질문이 제 마음 안에서 떠올랐습니다. 저도 예전 어느 때에 주님을 만나고, 아주 드물게 그분의 현존을 느끼기도 했는데…. 하지만 현실에 부대끼며 살다 보면 금방 까먹고 뜨거움이 식었습니다. 마음도 황량하고 딱딱하게 굳어졌습니다.
‘아, 이스라엘 사람이 나 같은 사람이었구나’라는 결론에 다다릅니다. 미사 복음이 이어졌습니다. “그 때에 열한 제자는 갈릴래아로 떠나 예수님께서 분부하신 산으로 갔다. 그들은 예수님을 뵙고 엎드려 경배하였다. 그러나 더러는 의심하였다.”(마태 28,16~17) 스스로 ‘그래 예수님을 직접 뵌 제자들 중에도 의심하는 사람이 있었는데 나 같은 미생이야…’라고 위로합니다.
그런데 예수님께선 “그러므로 너희는 가서 모든 민족을 제자로 삼아…보라, 내가 세상 끝 날까지 너희와 함께 있겠다.”(마태 28, 19~20)고 말씀하십니다. 의심하는 제자에게도 ‘세상 끝 날까지 너희와 함께 있겠다’고 하십니다. 물론 제자의 의심과 ‘함께 있겠다’는 예수님의 말씀 사이에 말해지지 않은 무엇이 개재되어 있을 겁니다. 그게 무엇일까요? 제가 보편지향기도에서 종종 느끼는 ‘내 마음속 겉돎’은 ‘그 사이의 개재’가 부족한 게 아닐까 합니다. 6월은 예수 성심 성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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