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된 삶의 변화를

가톨릭부산 2015.10.15 05:43 조회 수 : 23

호수 2199호 2013.01.20 
글쓴이 이기환 신부 

참된 삶의 변화를

이기환 마티아 신부 / 삼산성당 주임

새로운 한 해를 시작하면서 우리의 믿음의 여정도 시작됩니다. 오늘 우리는 연중 두 번째 주일을 맞이하면서, ‘카나의 혼인 잔치’의 기적을 통해 성숙한 우리의 삶을 위한 마음가짐을 새롭게 다질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

요한 복음서는 이채롭게도 ‘카나의 혼인 잔치’를 예수님의 영광을 드러내는 첫 표징으로 소개합니다. 유다전통에 의하면 혼인 잔치는 일주일 간 지속된다고 합니다. 그런데 오늘 복음 말씀에서는 불행하게도 잔치 도중에 포도주가 바닥나면서 주인이 위급한 상황을 맞이합니다. 어머니 마리아의 눈길은 위기의 인간에 대한 깊은 관심과 사랑으로 성능 좋은 안테나와 같습니다. 어머니 마리아는 즉시 아들 예수께 잔치의 위급상황을 알리며, “포도주가 없구나.” 라는 단 한마디의 말씀만 하십니다. 이 한마디 말씀은 다른 어떤 표현보다 아들에 대한 어머니의 무한한 신뢰와 능력을 믿어 의심치 않음을 알게 합니다. 예수께서는 어머니의 요청대로 물을 포도주로 변화시키는 표징을 일으키십니다. 예수께서는 이 표징을 통하여 사람들에게 당신의 영광을 처음으로 드러내시고, 제자들은 스승 예수께 믿음을 가집니다.

오늘 요한 복음 사가는, 이런 혼인 잔치의 이야기를 통하여 구원의 때가 다가왔음을 상징적으로 선포하고, 또 포도주의 표징을 통하여 그 구원이 눈앞에 다가왔음을 알리고자 합니다. 그리고 사람들은 이러한 예수님의 영광을 보고 믿어야 한다는 사실을 강조하는 것입니다.

표징 혹은 기적은 그 자체에 대한 호기심 만족보다는 예수께서 말씀하고자 하는 그 의미에 우리의 관심을 모아야 합니다. 우리는 자칫 신기하고 외적인 이상한 현상 그 자체에 호기심을 가지고 따라가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우리의 눈을 내면 깊은 곳으로 돌려서, 우리 자신은 세례성사를 받고 매일의 성체성사를 통하여 이미 물이 포도주로 변화된 그리스도인임을 자각할 필요가 있는 것입니다. 특히, 우리가 신앙생활을 하면서 인간적인 우리의 능력과 힘이 쇠진하면서 삶에 지치고 신앙에 위기를 체감할 때, 우리의 불만족스러운 현실을 탓하기보다 이미 우리는 주님과 함께 구원의 길을 걷고 있는 사람들임을 자각하면 좋겠습니다.

신앙인의 정체성은 물이 좋은 물로 변화되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전혀 다른 포도주로 변화되는데 있기 때문입니다. 신앙인의 참된 삶의 변화는 스스로의 힘과 능력을 드러내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주님의 자비와 사랑을 더욱 깊이 깨닫는 데서부터 시작되기 때문입니다.

호수 제목 글쓴이
2897호 2025. 11. 9  우리는 하느님의 성전입니다 file 최정훈 신부 
2896호 2025. 11. 2  우리의 영광은 자비에 달려있습니다 file 염철호 신부 
2895호 2025. 10. 26  분심 좀 들면 어떤가요. file 최병권 신부 
2894호 2025. 10. 19  전교, 복음의 사랑으로 file 김종남 신부 
2893호 2025. 10. 12  우리가 주님을 만날 차례 file 한종민 신부 
2892호 2025. 10. 6  복음의 보름달 file 김기영 신부 
2891호 2025. 10. 5  느그 묵주 가져왔나? file 김기영 신부 
2890호 2025. 9. 28  대문 앞의 라자로를 외면하지 마십시오. file 정창식 신부 
2889호 2025. 9. 21  신적 생명에 참여하는 삶 file 조성문 신부 
2888호 2025. 9. 14  나를 죽이고 십자가를 지는 삶 file 박재범 신부 
2887호 2025. 9. 7  더 크게 사랑하기 위해서는? file 이재원 신부 
2886호 2025. 8. 31  행복을 선택하는 삶 file 박호준 신부 
2885호 2025. 8. 24  ‘좁은 문’ file 이영훈 신부 
2884호 2025. 8. 17  사랑의 불, 진리의 불 file 이영창 신부 
2883호 2025. 8. 15  마리아의 노래-신앙인의 노래! 김대성 신부 
2882호 2025. 8. 10  그리움, 기다림, 그리고 깨어있는 행복! file 김대성 신부 
2881호 2025. 8. 3  “만족하십시오.” file 이재혁 신부 
2880호 2025. 7. 27  “노인(老人)=성인(聖人)” file 정호 신부 
2879호 2025. 7. 20  마르타+마리아=참으로 좋은 몫 file 이균태 신부 
2878호 2025. 7. 13  누가 저의 이웃입니까? file 계만수 신부 
주보표지 강론 누룩 교구소식 한마음한몸 열두광주리 특집 알림 교회의언어 이달의도서 읽고보고듣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