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예수님께서도 세례를...

가톨릭부산 2015.10.15 05:42 조회 수 : 67

호수 2198호 2013.01.13 
글쓴이 박용조 신부 

왜? 예수님께서도 세례를...

박용조 프란치스코 신부 / 오순절평화의마을 원장

오늘은 예수님께서 세례를 받으심을 기념하는 날이자 아울러 우리가 받은 세례의 의미를 되새기는 날이다. 세례란 회개의 표시이다. 세례자 요한은 광야에서 “회개하고 세례를 받아라. 하늘나라가 가까이 왔다.”고 하여 ‘죄의 용서를 위한 회개의 세례를 선포하였다.’(마르 1, 4; 루카 3, 3 참조)

그런데 예수님은 죄도 없으시면서 굳이 세례를 받으실 필요가 있으신가? 라는 의구심과 함께 우리가 받은 세례의 진정한 의미가 무엇일까? 이 문제를 되짚어 보지 않을 수 없다. 마태오 복음에서 세례자 요한은 우리들의 질문을 대신한다. “제가 선생님께 세례를 받아야 할 터인데 선생님께서 제게 오시다니요?”(마태 3, 14)라고 하시고, 오늘 복음 말씀에서 요한은 “나는 너희에게 물로 세례를 준다.…그분께서는 너희에게 성령과 불로 세례를 주실 것이다.”(루카 3, 16)라고 하신 말씀에서 보듯, 세례의 의미가 요한과 다름을 엿볼 수 있다. 즉 예수님의 세례는 그저 죄 사함을 받기 위한 회개의 표시만을 뜻하는 것이 아니다.

그렇다면 예수님의 세례는 어떤 의미일까? 이는 곧 우리가 받은 세례의 진정한 의미가 무엇일까? 에 대한 답이 될 수 있다. 오늘 독서의 골자를 빌리자면, 제1독서에 “주님인 내가 의로움으로 너를 부르고,…민족들의 빛이 되게 하였으니”(이사 42, 6)라는 말씀과 제2독서의 “하느님께서는 사람을 차별하지 않으시고,…의로운 일을 하는 사람은 다 받아주십니다.”(사도 10, 34~35) 라고 하신 말씀, 그리고 마태오 복음에서 예수님은 요한에게 “지금은 이대로 하십시오. 우리는 이렇게 해서 마땅히 모든 의로움을 이루어야 합니다.”(마태 3, 15)라고 하셨다.

이렇게 본다면, 세례는 바로 인간의 의로움을 되찾는 것이다. 세례 때 물로 씻는다는 것은 죄로 더럽혀져 있던 인간의 본성을 씻어 본래의 모습, 곧 의로운 모습을 되찾는 것이다. 이렇게 인간이 의로움으로 되돌아오는 것이 진정 ‘이는 내 사랑하는 아들, 내 마음에 드는 아들’이 되는 것이다.

막시무스 주교는 예수님의 탄생은 하느님이 인간이 되시는 것이라면 그분의 세례는 인간이 신 곧 영적인 존재로 태어나는 보증이라 했다. 따라서 우리가 세례를 받았다고 해서 다 하느님의 자녀라기보다는 우리의 본성을 되찾아 의롭게 사는 이들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는 가끔 ‘신앙인이기 이전에 인간부터 되어라’는 말을 곧잘 한다. 비록 세례를 받았다고 하더라도 그저 하느님을 입술로는 공경하여도 마음으로는 떠나있는 이들이 많다. 이들에게 세례는 무슨 의미가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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