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수 2189호 2012.11.25 
글쓴이 정영한 신부 

그리스도 왕은 진리와 사랑의 봉사자이시다

정영한 루도비코 신부 / 화명성당 주임

빌라도는 종교 문제에 간여할 아무런 책임이 없었지만, 예수님에 대한 고소가 정치 그리고 공공질서와 관련이 있었기 때문에 예수님께 심문하기 시작합니다. “당신이 유다인들의 임금이오?” 빌라도의 질문에 예수님께서는 다른 질문으로 답하십니다. “그것은 네 생각으로 하는 말이냐? 아니면 다른 사람들이 나에 관하여 너에게 말해 준 것이냐?” 예수님께서는 대답을 거부하시는 것이 아니라, 당신의 사명은 어디까지나 영적인 차원의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하고자 하시는 것입니다. 그리고 사실 빌라도의 질문은 쉽게 답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왜냐하면, 한편으로 이방인에게 유다인의 임금은 로마 제국에 반역하는 인물을 뜻하였으며, 다른 한편으로 유다인들에게는 메시아 (임금)로서 로마로부터 유다인들의 자유를 쟁취할 정치적, 종교적 해방자였기 때문입니다. 예수님께서 빌라도에게 설명하시듯, 그리스도의 메시아 직분은 이 두 관념을 모두 넘어서는 것입니다. 빌라도에게는 이해하기 어려운 말씀입니다.
예수님께서는 당신의 죽음과 부활로 당신에 대한 고소가 거짓을 바탕으로 하고 있음을 보여주셨습니다. 진리를 말하는 이는, 당신을 재판하는 자나 고소하는 자들이 아니라, 바로 당신이심을 보여주신 것입니다.
사람들에게 그리스도의 왕권은 역설적으로 보일 수도 있을 것입니다. 그분은 돌아가셨지만 영원히 살아계십니다. 그분은 패배하시고 십자가에 못 박히셨지만 마침내 승리하셨습니다.
“예수님께서 빌라도의 법정에 죄수로 나타나시어 ‘나는 오직 진리를 증언하려고 났으며 그 때문에 세상에 왔다.’(요한 18, 37 참조)고 대답하시지 않았던가? 사도들 이래로 그 많은 세기를 두고 그 많은 세대를 거치면서 진리 때문에 심판을 받는 사람들의 곁에 늘 예수 그리스도께서 가까이 계시지 않았던가? 그분께서 ‘영과 진리 안에서’(요한 4, 23) 사는 사람들을 위하여 꾸준히 대변하시고 변호하시는 일을 중단하신 적이 있던가? 그리고 교회도, 교회의 인간적 역사의 일부를 이루는 온갖 약점에도, 그분의 뒤를 따라 같은 말을 그치지 않는다.”(요한 바오로 2세 ‘인간의 구원자’ 12항)
결국 그리스도의 왕국은 “진리와 생명의 나라요, 거룩함과 은총의 나라이며, 정의와 사랑과 평화의 나라”입니다. 그리스도는 당신이 계시하신 진리를, 곧 세상에 대한 당신 아버지의 사랑을 받아들이고 실천하는 사람들을 다스리는 분이십니다. 그리스도의 진리와 사랑의 왕권을 인정하는 사람들은 그분의 권위를 받아들입니다. 그리하여 그리스도께서 영원하고 보편된 왕국에서 그들을 다스리시는 것입니다.

호수 제목 글쓴이
2873호 2025. 6. 8  보호자시여, 저희의 닫힌 문을 열어주소서! file 권동국 신부 
2872호 2025. 6. 1.  승천하신 예수님, 저희도 하늘로 올려 주소서 file 이상일 신부 
2871호 2025. 5. 25.  “너희가 나를 사랑한다면 내가 아버지께 가는 것을 기뻐할 것이다.” file 맹진학 신부 
2870호 2025. 5. 18.  예수님처럼 사랑하기 file 권동성 신부 
2869호 2025. 5. 11.  내 인생의 밑그림을 그리신 하느님! file 박규환 신부 
2868호 2025. 5. 4.  치유, 회복 그리고 부활 file 김영환 신부 
2867호 2025. 4. 27.  토마스 사도 덕분에 file 이창신 신부 
2866호 2025. 4. 20.  부활은 희망입니다 file 손삼석 주교 
2865호 2025. 4. 13.  행한 것이 남는다. file 장용진 신부 
2864호 2025. 4. 6.  너를 단죄하지 않는다. file 김태환 신부 
2863호 2025. 3. 30.  감옥에 갇힌 이들 file 송현 신부 
2862호 2025. 3. 23.  무화과나무 한 그루와 나 file 한윤식 신부 
2861호 2025. 3. 16.  산 아래로 다시 내려와서 file 강지원 신부 
2860호 2025. 3. 9  저희를 유혹에 빠지지 않게 하시고 file 장민호 신부 
2859호 2025. 3. 2  다 배우고 나면 내 눈 안에 들보가 있음을 알게 될까요? file 김동환 마티아 신부 
2858호 2025. 2. 23  ‘뭐, 인지상정 아니겠나...’ file 오종섭 신부 
2857호 2025. 2. 16  행복은 상대적이지 않다. file 원정학 신부 
2856호 2025. 2. 9.  “그러나 스승님의 말씀대로 제가 그물을 치겠습니다.” file 신기현 신부 
2855호 2025. 2. 2  참된 봉헌은 자기비움 입니다. file 장훈철 신부 
2854호 2025. 1. 29  깨어 있음 박근범 신부 
주보표지 강론 누룩 교구소식 한마음한몸 열두광주리 특집 알림 교회의언어 이달의도서 읽고보고듣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