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수 | 2185호 2012.10.2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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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 김근배 신부 |
자비를 베풀어 주십시오!
김근배 아벨 신부 / 남천성당 주임
삶 속에서 환난과 고통을 겪을 때, 그래서 자신이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절망에 이르렀을 때, 함께 할 사람이 있습니까?
문득 오늘 복음 말씀에 나오는 바르티매오를 바라보게 됩니다. 그는 길가에 웅크리고 앉아 있는 눈먼 거지였습니다. 그는 매일 떠오르고 지는 태양의 찬란한 빛을 보지 못했습니다. 그리고 사랑에 가득 찬 얼굴들도 볼 수 없었습니다. 참으로 큰 절망과 고통의 삶이었습니다. 하지만 그의 삶은 뜻밖에도 모든 것이 변화되는 상황에 이릅니다. 그것은 예수님이 지나가신다는 소리를 들었던 순간입니다. 그때 그의 마음속에는 ‘이 순간이야말로 다시없는 기회다.’라는 생각이 들었던 것입니다.
그래서 그는 자신의 모든 힘을 끌어모아 “다윗의 자손 예수님, 저에게 자비를 베풀어 주십시오!”(마르 10, 48) 라고 큰 소리로 외칩니다. 이것은 그 무엇으로도 꺾을 수 없는 희망에서 비롯된 외침입니다. 그는 많은 이가 소란스럽다는 이유로 잠자코 있으라는 책망을 듣지만 자신의 희망을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그는 더욱 큰 소리로 “자비를 베풀어 주십시오!”하고 외쳤습니다.
예수님께서는 걸음을 멈추시고 “그를 불러오너라.”하시자, 바르티매오는 겉옷을 벗어 던지고 벌떡 일어나 예수님께로 갔습니다. 바르티매오처럼 벌떡 일어나 주님께 가기 위해 우리가 벗어던져야 할 것은 무엇입니까? 그것은 바로 ‘불신, 의심, 소심, 낙담, 불안’ 등 입니다.
사실 바르티매오처럼 불행하고 모진 운명들이 얼마나 많습니까? 어쩌면 ‘모든 인간은 어떤 방식으로든 바르티매오다’라고 말할 수 있을 것입니다. 왜냐하면 모든 인간의 영혼에는 무엇인가가 결핍되어 있고, 결핍된 그것이 자신의 시선을 방해하며 어떤 방식으로든 눈을 멀게하기 때문입니다.
예수님은 눈먼 바르티매오를 당신께 오게 하심으로써 곧 인간 존재의 가장 깊은 중심인 하느님께 되돌림으로써 그를 치유해 주신 것입니다.
이제 그는 예수님을 통해 모든 것을 자신의 눈으로 보게 되었고 예수님과 함께 하느님께 이르는 길을 걷게 되었습니다. 우리도 바르티매오처럼 그 길을 걸어가야 하지 않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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