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리사이적인 권총 강도

가톨릭부산 2015.10.15 05:13 조회 수 : 48

호수 2177호 2012.09.02 
글쓴이 염봉덕 신부 

바리사이적인 권총 강도

염봉덕 프란치스코 하비에르 신부 / 사직대건성당 주임

어느 추운 날 새벽 2시경 사제관의 전화벨 소리가 요란하게 울렸다. 신부님이 전화를 받자 “할머니가 죽어가고 있습니다.”라는 소녀의 다급한 소리가 들려왔다. 전화를 받은 본당 신부인 브라운은 병자성사를 주려고 침대에서 황급히 일어났다.
전화가 온 가정이 다행히 성당에서 두 블록 떨어진 곳에 있기 때문에 사제복 위에 두터운 외투를 입고 사제관을 나섰다. 넓은 길을 가다가 컴컴한 골목길로 들어서자 갑자기 누군가 권총을 머리에 대면서 “꼼짝 마라! 가진 돈을 다 내 놓아라.”며 거칠게 말했다. 당황한 신부는 내 돈은 외투 안 주머니에 있다고 말하며 지갑을 꺼내기 위해 코트를 벗자 로만 칼라가 보였다.
강도는 이를 보자 당황한 목소리로 “나는 당신이 가톨릭 신부인지 미처 몰랐습니다.” 그리고 미안하다고 사과하면서 “신부님! 돈은 안 줘도 됩니다.”라고 말했다. 그러자 안심한 신부님이 그에게 담배를 권하자 강도는 머리를 내 저으며 “괜찮습니다. 저는 이번 사순 시기에는 담배를 안 피우고 있습니다.”
이 강도의 행동은 바리사이들의 위선적인 행동과 같다. 바리사인들은 사람이 만든 율법을 지키는데 충실했고 율법 준수를 잘할 때 구원을 받는다고 믿었다. 물론 바리사이들이 만든 율법들은 하느님을 더 잘 모시기 위해서 조상이 만든 것이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주객이 전도되어 하느님 계명의 근본정신은 잊어버리고 인간이 만든 율법에 얽매어 버린 것이다.
오늘날도 마찬가지다. 한가지 예로 뉴욕 롱아일랜드 지역에 많이 살고 있는 부유한 유대인들은 안식일 날 자신의 고급 승용차를 타지 않고 걸어서 회당에 간다. 왜냐하면 안식일에는 일하지 않아야 한다는 율법을 지키기 위해서다. 안식일에 운전하는 것이 일하는 것이라고 예수님이 말한 적이 있는가?
바리사이들은 틈만 나면 율법을 지키지 않는 예수님과 제자들을 비판하였다. 오늘 복음 말씀에 나오는 정결례 문제와 예수님이 마귀 걸린 사람의 죄를 용서하고 치유한 것도 좋은 예가 될 수 있다.
유대인 지도자들과 바리사이들은 율법을 지키지 않는 예수님을 증오하고 미워하였다. 그뿐 아니라 많은 유대인이 예수님의 훌륭한 복음 말씀과 기적 등을 듣고, 보고 그리스도를 따르자 예수님이 자신들의 자리까지 차지하지 않을까 두려워하였다.
교형 자매 여러분! 이사야 예언자는 “이 백성이 입술로는 나를 공경하지만 그 마음은 나에게서 멀리 떠나있다. 그들은 사람의 규정을 교리로 가르치며 나를 헛되이 섬긴다.”고 말했다. 따라서 우리는 하느님의 계명을 버리고 조상이 만든 전통을 고집하면서 말과 행동이 다른 바리사이적인 신앙인 되지 않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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