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수 | 2173호 2012.08.1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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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 최경용 신부 |
돈으로 살 수 없는 빵
최경용 베드로 신부 / 가야성당 주임
예비신자 교리반에서 대학생에게 “대학을 졸업하면 무얼 하겠느냐?”고 물었더니 “직장부터 구한 다음 결혼할 것입니다.” “그런 다음엔?” “돈 벌어 사회사업도 할 것입니다.” “그런 다음엔?” “그런 다음엔 은퇴하고 아내랑 세계 여행을 다니고 싶습니다.” “그런 다음엔?” “신부님, 그런 다음에 뭐가 있겠어요? 그냥 죽는 거지요.” “그럼, 학생은 죽기 위해 대학에 다니는군요.”
학생의 대답이 틀린 것은 아니다. 그러나 잠시 지나가는 세상과 생명만으로는 만족하지 못하는 것이 우리 인간이다. 잘 사는 것이 무엇인가? 한 마디로 행복하게 사는 것이다. 예수님은 우리의 행복을 위해 이 세상이 주는 물질의 빵을 구하지 말고 하늘에서 내려온 생명의 빵을 구하라고 강조하신다. 생명의 빵은 돈으로 살 수 없다.
영성체하는 시간에 꼬마 아이가 엄마 것을 뺏으려다가 꿀밤을 한 대 맞고 자리로 돌아갔다. 그다음 주일에 이 녀석이 헌금을 했는데도 성체를 받지 못하니까 “엄마, 나도 돈 냈는데 왜 안 줘.”하며 떼를 썼다. 이 아이는 돈만 있으면 무엇이든지 할 수 있는 세상으로 알고 있었다.
사실 돈만 있으면 거의 모든 것이 해결되는 세상이다. 그러나 돈으로 살 수 없는 것도 많다. 믿음도 희망도 사랑도 평화도 돈으로 살 수 없다. 천국이나 영원한 생명도 돈 주고 살 수 없다. 그 꼬마 아이는 돈 주고 성체를 살 수 있다고 생각했지만 돈으로 살 수 없다.
성사 중에 가장 크고 중요한 성사가 성체성사이다. 구약에서부터 성체성사를 준비하기 위해 하늘에서 만나를 내려보냈고 오늘 제1독서에서처럼 엘리야 예언자가 음식으로 힘을 얻었다. 신약에선 예수님이 빵집이라는 뜻을 지닌 베들레헴에서 태어나 빵을 많게 하는 기적을 여러 번 했으며 최후의 만찬 석상에서 성체성사를 세우셨다. 성체성사의 중요성 때문에 성체 신심 세미나와 성체강복이 있고 성체조배를 강조한다.
한더위에 시원한 곳에서 함께 먹고 마시는데 누군가가 건배 제의로 ‘소화제’라고 외쳤다. ‘소통과 화합이 제일이다’는 뜻이었다. 우리는 영성체할 때마다 예수님과 소통하고 화합한다. 예수님과 소통하고 화합한 다음 감사 기도와 더불어 찬양을 드린다면 그 예비신자 대학생처럼 죽기 위해 사는 것이 아니라 이미 이 세상에서 영원한 생명을 누리면서 행복하게 사는 것이다.
“나는 하늘에서 내려온 살아있는 빵이다. 누구든지 이 빵을 먹으면 영원히 살 것이다.”(요한 6, 51) 오늘 복음의 말씀이다. 성체는 결코 돈으로 살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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