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의 빵

가톨릭부산 2015.10.15 05:11 조회 수 : 37

호수 2172호 2012.08.05 
글쓴이 강영돈 신부 

생명의 빵

강영돈 라우렌시오 신부/ 우정성당 주임

“물에 빠진 사람 건져주니 내 보따리 내놓으란다” 라는 속담이 있다. 어이없는 경우, 기가 막힌 경우에 하는 말이다. 그런데 이 속담의 또 다른 교훈은 그 어이없는 경우의 장본인이 바로 나 자신이라는 경고이다. 살다 보면 상상키 어려운 기막힌 경우를 보고 듣게 된다. 구약성경에 나타난 히브리인들의 불신과 불충도 그 중의 하나이다. 히브리인들은 늘 기적의 한가운데에서 살았거늘 어찌 하느님을 배반할 수 있는가 하는 의구심이 든다. 이집트의 노예 생활에서 극적으로 해방되어 홍해를 기적적으로 건너고 불기둥 구름기둥으로 하느님의 보호를 받으며 살아온 히브리 백성이, “이집트에서의 종살이가 차라리 더 낫다. 배가 고파 죽겠다.”라며 투덜거리기 시작했다. 배고픔보다 더 큰 고통이 어디 있겠는가. 한편 이해도 되지만 기적을 보며 살아온 히브리인들의 투정은 해도 너무한 것 같다.
그러나 우리가 모두 그런 사람들이 아닌가? 어렵고 고생스러울 때에는 즉시 하느님을 찾지만 조금만 여유가 생기면 자신만만하여 하느님을 제쳐놓지 않는가? 누구에게나 유아 시절이 있다. 이 유아 시절에는 부모님의 보살핌에 의해서 자란다. 그러나 우리는 성장한 다음 모두 스스로 컸다고 자만하고 있다. 부모님 앞에 이런 생각이 가소로울진대 인간의 만사가 하느님 앞에서는 얼마나 우스운 일이겠는가. 불평, 불만, 투정부리는 나 자신의 모습을 오늘 제1독서에 비추어 부끄럽게 바라보며 모든 것이 하느님의 은혜임을 겸허하게 고백해야겠다.
우리는 매일 식사할 때마다 더욱 감사해야 한다. 특히 오늘 만나의 이야기에서 재미있는 것은 만나는 꼭 하루 치만 간직할 수 있고 그 이상의 여분은 상해 버렸다는 사실이다. 예수님께서는 여벌 옷도 지니지 말라고 제자들에게 당부하셨다. 그런데 우리는 모두 저축하기에 여념이 없다. 하지만 여분의 저축은 사실 다 상하고 썩을 것이라는 교훈이다. 오늘도 예수님께서는 하루 치 이상의 만나를 지니고 있는 우리 모두를 꾸짖고 계신다. 그리고 여분의 것을 많이 갖고 있다는 사실로 인해 썩은 냄새가 우리 안에서도 진동하고 있다.
기적이란 무엇인가? 기적이란 바로 우리가 살아가고 있다는 사실 자체이다. 그런데 우리는 더 많은 빵, 더 큰 빵을 원하고 있다. 먹을 수 있는 양보다 더 큰 빵을 갖고자 하는 욕심은 바로 불신의 증거이다. 생명의 빵, 먹어도 결코 배고프지 않을 빵, 그 빵은 무엇인가? 예수님이 바로 그분이다. 그분을 믿는 것은 곧 구체적 실천으로 하루 치 이상의 여분을 모두 이웃을 위하여 내어놓는 결단이다. 만나와 성체는 오늘 이것을 우리에게 요구하고 있다는 사실을 인식하면서 성체를 영하게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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