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요한 것은
계만수 안토니오 신부 / 해양사목
음악을 들으면서 책을 읽을 수 있습니다. 음악을 들으면서 책을 읽는 한편 전화도 받을 수 있습니다. 음악이 들려오는 가운데 책을 읽다가 친구와 전화 통화하면서 음료수를 마실 수 있습니다. 음악을 들으며 책을 읽는 동안 걸려온 전화를 받으며 음료수를 마시면서 메모를 할 수 있습니다.
한꺼번에 하나 둘, 혹은 셋, 아니 그보다 많은 행위를 더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제대로 완벽하게 잘할 수는 없습니다. 어떤 음악을 듣고 있었는지, 읽던 책의 내용이 정확히 무엇인지, 누구에게 걸려온 전화이며 어떤 내용을 얼마나 통화했는지, 마셨던 음료수의 맛이 무엇이고, 어떤 메모를 했는지 제대로 정확히 알 수가 없습니다. 물론 여기까지도 가능하신 분이 있을 수 있겠습니다만 여기에다 하나 둘, 행위들이 더 보태어진다면 마침내는 한 가지도 제대로 못 하는 형편이 될 것입니다.
물론 한두 가지 정도 행위는 한꺼번에 누구나 할 수 있겠지만 제대로 책을 읽으려면 책만을 잡아야 하고, 제대로 음악에 젖어들려면 음악에만 귀를 기울여야 합니다.
오늘 복음 말씀에서 예수님은 제자들을 파견하십니다. 복음을 선포하러 가는 제자들에게 지팡이 외에는 아무것도 지니지 말라고 명령하십니다. 너무도 극단적인 주님의 명령은 제자들 입장에선 받아들이기 쉽지 않은 내용입니다. 이것은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에게도 마찬가지입니다.
우리 신앙을 보존하고 주님의 복음을 전하려면 멋진 성전도 필요하고, 큰 비용의 돈도 필요합니다. 오직 믿음과 열정만으로 하느님을 모르는 이들에게 하느님의 사랑을 전한다는 것은 무리한 것으로 여겨집니다. 그래서 봉사자들의 수가 많아야 하고, 어떤 활동에 투자되는 돈이 많을수록 큰 수확을 얻곤 합니다.
물론 그렇습니다. 화려하고 멋진 성당에는 신자들도 많고, 많은 봉사자가 있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그 화려함도 계속 유지해야 하고, 봉사자들을 유지하려다 보니 신경 쓸 것들도 늘어납니다. 그러다 보니 처음의 열정과 믿음은 옆으로 밀려나고, 옆에 있던 것들이 어느새 중심을 차지하는 말도 안 되는 현실에 놓이곤 합니다.
책을 집었으면 책에 집중해야 합니다. 물론 음악을 틀어 놓을 수 있습니다. 전화도 받을 수 있지요. 그렇지만 중요한 것은 책을 읽는 것입니다. 책 읽는데 방해된다면 음악을 끄고 전화도 미리 꺼 놓아야 합니다.
주님의 복음 말씀을 전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면 다른 것은 모두 포기할 수 있습니다. 오늘 복음 말씀은 우리 믿음의 시작을 되새길 수 있도록 이끌어 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