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수 | 2167호 2012.07.0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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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 이강영 신부 |
일치에 대한 염원
이강영 이사야 신부 / 반송성당 주임
오늘은 교황 주일입니다. 이날은 교회에 봉사하기 위해 지상에서 그리스도를 대리하고 있는 교황님을 위해 기도하면서 교황님을 중심으로 전 세계 교회와 신자들의 일치를 염원하기 위해 제정된 날입니다.
첫 번째 교황이라 할 수 있는 베드로 사도 이후로 지금 현재 교황님은 265대째인 ‘베네딕토 16세’ 교황님이시죠. 그중에서도 특히 전임이셨던 요한 바오로 2세 교황님은 역대 교황님들 중에서도 우리나라에 대해서 특별한 애정을 가장 많이 보여주셨던 분으로 제 기억에 남아 있습니다. 교황님과 관련된 저의 체험이나 기억들도 거의 다 요한 바오로 2세 교황님과 관련된 것들입니다. 그중에서 저의 개인적인 작은 기억하나를 나누고자 합니다.
전임이셨던 요한 바오로 2세 교황님께서 처음 우리나라를 방문하셨을 때의 일인데, 그때 저는 초등학생이었습니다. 직접 뵙지는 못했지만, 교황님 얼굴이 새겨진 책받침을 받아들고 무척 좋아했었죠. 교황님의 방문이 어린 저에게도 가슴 뿌듯함을 안겨주었던 것 같습니다. 그런데 ‘교황님께서 집전하는 미사에 참석한 신자들은 여의도 광장을 가득 채우고도 남을 정도로 많았었는데, 미사가 끝나고 사람들이 모두 돌아간 그곳에는 휴지 조각 하나 남지 않았다’는 말을 전해 들었을 때, 그 일은 어린 저에게 하나의 ‘사건’이 되었습니다. 비록 저는 그 곳에 떨어진 휴지 조각 하나 줍지도 못했지만, 마치 내가 혼자서 청소를 다 한 것 같은 가슴 짠~한 기분이 들면서 신앙인으로서의 자부심(?)을 느끼게 되었죠.
저는 그것을 신앙의 힘이 이루어 낸 사건이며, 일치가 우리에게 주는 기쁨을 맛보게 해 준 사건이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어쩌면 이런 것이 바로 우리 일상 속에서 일어나고 있는 기적이고, 하늘에 십자가 모양이 나타나는 것보다, 성모상에서 피눈물이 나는 것보다 훨씬 더 우리에게 필요한 기적이라 여기게 되었습니다.
교황직은 교회 구성원들이 일치할 수 있는 가장 큰 구심점이며, 신자들의 마음이 올바로 하느님께로 향하게 할 수 있는 가장 큰 표징이 되고 있습니다. 오늘 우리가 기억하고 기도하는 교황님의 존재와 역할이 바로 이런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자신을 ‘하느님의 종들의 종’이라 부르시는 것처럼, 하느님과 교회에 봉사하는 직책을 끝까지 충실히 수행하실 수 있도록 하느님의 도우심을 청하며, 아울러 교황님을 구심점으로 우리 모든 신자가 하나로 일치될 수 있는 은총을 청하도록 합시다. 그 일치를 위해서 우리 각자도 자신을 희생할 것을 굳게 다짐하면서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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