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수 | 2387호 2016.06.1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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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 홍경완 신부 |
세상은 여전히 정의보다는 불의가 지배하는 것처럼 보이고, 조금 더 이기적으로 약삭빠르게 사는 것이 잘 사는 것처럼 보입니다. 눈앞에 펼쳐진 것을 넘어서는 희망을 어디서 발견할 수 있을까요?
홍경완 신부(부산가톨릭대학교 신학대학 학장) / mederico@cup.ac.kr
현실은 강력한 힘을 가지고 있습니다. 내 눈앞에 생생하게 펼쳐져 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우리는 그걸 그냥 그대로 진리로 받아들이고 싶어 합니다. 그러나 실제 우리 눈은 기껏 전체의 일부분만 볼 수 있을 뿐이며, 우리 머리는 진리의 한 조각만 겨우 알 수 있을 뿐입니다. 시간에 매여있는 우리 눈은 죽음이 또 다른 삶이 시작되는 탄생일임을 볼 수도 알 수도 없습니다.
신학자 폰 발타사르(H. von Balthasar)는 하느님의 구원역사를‘드라마’로 이해합니다. 모든 드라마에는 반드시 극적인 장치가 들어 있습니다. 하느님 구원드라마의 장치는 십자가 죽음을 부활로 바꾸어놓은 반전에 있습니다. 이 반전의 힘은 대개 그저 눈앞에는 감춰져 있고, 현실에는 복선만 살짝 깔려있습니다. 구원드라마는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모든 것을 뒤바꿔 놓으시는 하느님의 반전의 힘이 주된 스토리입니다. 이 힘에 대한 믿음과 희망이 사랑과 더불어 우리 신앙의 기본축입니다. 교회는 이 셋을 향주덕(向主德)이라 하여, 하느님께 나아가는 지름길로 가르칩니다. 신앙은 부조리한 것을 믿는 힘이며, 반전은 그 부조리를 받아들일 때 일어나는 사건입니다. 반전이 있는 드라마라야 재미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