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령의 선물

가톨릭부산 2015.10.15 05:04 조회 수 : 30

호수 2162호 2012.05.27 
글쓴이 김형수 신부 

성령의 선물

김형수 베드로 / 부산가톨릭대학교 신학대학 교수

평화를 뜻하는 ‘샬롬’은 완전한 ‘충만한 상태’라는 의미를 지니고 있는데, 성경에서는 참된 샬롬의 의미를 단순히 개인적 차원의 평화로운 상태가 아니라 모든 사람이 함께 누리는 공동체의 평화와 안녕에서 찾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한편으로 아무리 개인적으로 온전한 샬롬이 있다 하더라도 공동체가 만족하는 샬롬이 없다면 그것은 진정한 샬롬이라고 말할 수 없습니다. 그러나 공동체의 평화를 위해서 공동체의 구성원을 소외시킨다면 그것은 진정한 평화가 아니라 폭력이 됩니다. 그래서 다른 한편으로 공동체의 온전한 평화는 공동체의 어느 한 부분이라도 소외되거나 빈 부분이 없어야 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따라서 공동체에서 한 명이라도 제외된다면 그 공동체는 불완전한 샬롬을 누리는 것입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개인적 차원에서든지 공동체 안에서든지, 샬롬은 개인이나 사회가 스스로의 힘으로 만들어 낼 수 있는 것은 아니라, 하느님으로부터 부여받는 일종의 선물이자 은총이라는 것입니다.

이렇게 본다면 평화는 공동체 안에서 하나로 일치된 상태를 일컫는다고도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각기 다른 사람들을 하나의 정형화된 틀에 집어넣거나 나의 입장을 강요한다고 해서 일치가 이루어지는 것은 아닙니다. 그것은 하느님이 부여하신 개인의 가치와 존엄성을 부정하고, 너를 바꾸어 나를 만들려는 폭력입니다. 너는 내가 아니고 나는 네가 아니라는 것을 존중하는 가운데, 너와 나 사이의 빈틈은 성령께서 채워주십니다. 이때 비로소 공동체 안에서 충만하게 꽉 찬 샬롬의 평화가 찾아옵니다. 일치의 성령께서 평화를 이루어 주심으로서 공동체는 일치를 체험하는 것입니다. 이것은 바로 사도행전에서 일치의 성령을 통해 제자들의 말을 모두 자기 나라 언어로 알아들은 의미입니다.(사도 2, 1∼11 참조)

이처럼 평화와 일치는 성령을 통해서 선사 되는 은총입니다. 무엇보다 성령은 생명의 영이시기에, 숨으로, 영으로, 바람으로 묘사됩니다. 하느님께서는 이 생명의 근원이신 당신의 성령을 통해서 생명을 창조하시고 유지하시고 완성하십니다. 다시 말하자면 성령께서는 앞에서 말한 강요하는 폭력이 아니라, 너를 용서하는 내 안에, 그리고 그 공동체 안에 평화로 채워주셔서 일치하게 하시며, 이러한 평화와 일치가 단 한번으로 끝나지 않도록 끊임없이 생명의 숨을 불어넣어 주시는 분이십니다.(요한 20, 21∼23 참조)

호수 제목 글쓴이
2873호 2025. 6. 8  보호자시여, 저희의 닫힌 문을 열어주소서! file 권동국 신부 
2872호 2025. 6. 1.  승천하신 예수님, 저희도 하늘로 올려 주소서 file 이상일 신부 
2871호 2025. 5. 25.  “너희가 나를 사랑한다면 내가 아버지께 가는 것을 기뻐할 것이다.” file 맹진학 신부 
2870호 2025. 5. 18.  예수님처럼 사랑하기 file 권동성 신부 
2869호 2025. 5. 11.  내 인생의 밑그림을 그리신 하느님! file 박규환 신부 
2868호 2025. 5. 4.  치유, 회복 그리고 부활 file 김영환 신부 
2867호 2025. 4. 27.  토마스 사도 덕분에 file 이창신 신부 
2866호 2025. 4. 20.  부활은 희망입니다 file 손삼석 주교 
2865호 2025. 4. 13.  행한 것이 남는다. file 장용진 신부 
2864호 2025. 4. 6.  너를 단죄하지 않는다. file 김태환 신부 
2863호 2025. 3. 30.  감옥에 갇힌 이들 file 송현 신부 
2862호 2025. 3. 23.  무화과나무 한 그루와 나 file 한윤식 신부 
2861호 2025. 3. 16.  산 아래로 다시 내려와서 file 강지원 신부 
2860호 2025. 3. 9  저희를 유혹에 빠지지 않게 하시고 file 장민호 신부 
2859호 2025. 3. 2  다 배우고 나면 내 눈 안에 들보가 있음을 알게 될까요? file 김동환 마티아 신부 
2858호 2025. 2. 23  ‘뭐, 인지상정 아니겠나...’ file 오종섭 신부 
2857호 2025. 2. 16  행복은 상대적이지 않다. file 원정학 신부 
2856호 2025. 2. 9.  “그러나 스승님의 말씀대로 제가 그물을 치겠습니다.” file 신기현 신부 
2855호 2025. 2. 2  참된 봉헌은 자기비움 입니다. file 장훈철 신부 
2854호 2025. 1. 29  깨어 있음 박근범 신부 
주보표지 강론 누룩 교구소식 한마음한몸 열두광주리 특집 알림 교회의언어 이달의도서 읽고보고듣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