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수 | 2059호 2012.05.0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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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 장용진 신부 |
열매 맺음
장용진 요셉 신부 / 괴정성당 주임
“다른 사람에게 착한 일을 하는 것은 곧 나에게 하는 것이 된다.”(마태 25, 40 참조) 이것은 초등학교 2학년 교리 시간에 외운 성경 말씀이었습니다. 처음엔 그저 외우기만 하였습니다. ‘나이 들어서도 이 말씀을 외우면 난 머리가 좋은 거야!’라는 아주 초등학생다운 발상으로 매일매일 이 말씀을 외우기 시작했습니다. 엉뚱한 생각으로 암기(!)했던 이 말씀이 제 삶을 변화시켰습니다. 매일매일 외우며 머리에서 가슴으로, 손과 발로 기지개를 켰던 것입니다.
고3 때 일입니다. 다들 열심히 공부하느라 청소를 안 해 교실이 엉망이었습니다. 친구들이 깨끗한 환경에서 공부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고자 청소를 시작했습니다. 그러다가 몇 명의 친구들이 도와주었는데, 그들에게 ‘고맙다. 너희 대학에 꼭 합격할 거야!’라고 장담을 했습니다. 물론 이들을 위해 틈틈이 기도하며 제 말이 빈말이 되지 않기를 바랐지만, 지금 생각하면 어떻게 그런 말을 할 수가 있었는지 신기할 정도입니다.
예수님께서는 오늘 복음 말씀에서 당신은 포도나무요 우리는 가지라고 알려주십니다. 그리고 우리가 당신 안에 머무르고 당신도 우리 안에 머물면, 많은 열매를 맺으며 청하는 것은 다 이루어주신다고 말씀하십니다.
포도나무는 보통 나무에 비해 크기나 두께가 작아 아주 볼품이 없지만, 그 가지가 휘어질 만큼 많은 열매를 맺는 것이 특징입니다. 가나안 땅에서는 대추야자, 무화과, 밀, 보리, 석류, 올리브와 함께 축복받은 식물 중 하나였으며 포도로 빚은 포도주는 이스라엘인들의 잔치나 만찬 때의 필수 메뉴이기도 하였습니다. 또한 포도는 평화, 축복, 풍요를 상징하며 흔하면서도 쉽게 접할 수 있는 음식이었습니다. 이렇게 많은 사람에게 만족과 기쁨, 행복을 불러일으켰던 것이기에 예수님께서 왜 당신을 포도나무에 비유하셨는지 알 것만 같습니다.
그리고 포도나무에 붙어 있는 ‘가지’의 사명을 지닌 우리가 열중해야 하는 것은 ‘열매 맺음’ 외에는 아무것도 없다는 것을 알아야 하겠습니다. 가지가 자신의 비쩍 마른 모습을 보며 신세 한탄이나 하고 자신을 살찌우기에 급급하여 열매 맺음에 소홀히 한다면 그 가지는 농부이신 하느님에 의해 잘릴 것입니다. 포도송이가 달려 있지 않은 가지는 사람들에게 실망과 허기를 느끼도록 해, 그 원망을 하느님께서 들으실 것이기 때문입니다.
옛날 한 어린이는 하느님의 말씀을 기억했습니다. 그리고 그것을 자신의 삶 속에서 실천했습니다. 또한 대담하게도 자신이 했던 말을 믿고 기도했습니다. 실제로 청소를 도왔던 그 친구들은 전원 대학에 합격했습니다. 믿고 청했기에 가능했던 일입니다. 포도나무 가지에서 풍성한 열매를 맺듯이 주님의 말씀을 품은 이의 삶 속에 기쁨과 행복의 열매가 주렁주렁 달릴 것입니다. 그리고 이 열매를 다른 이들과 함께 나누게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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