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느님의 암호

가톨릭부산 2015.10.15 05:01 조회 수 : 32

호수 2157호 2012.04.22 
글쓴이 송현 신부 

하느님의 암호

송현 로마노 신부 / 선교사목국 부국장(가정사목 담당)

“어찌하여 너희 마음에 여러 가지 의혹이 이느냐?”(루카 24, 38) 부활하신 예수님의 존재를 믿지 못하는 제자들에게 던져진 질문입니다. 현대 신앙인들 역시 이 물음으로부터 결코 자유로울 순 없습니다. 2011년 2월 28일, 프랑스 좥르 파리지앵(Le Parisien)좦 신문은 예견된 결과를 보도했습니다. 전통적인 가톨릭 국가인 프랑스에서 가톨릭 신자로 자처한 이들은 전체의 83%, 그들에게 “하느님의 존재를 믿느냐?”고 물었더니 믿는다는 사람이 36%, 믿지 않는다는 사람이 34%, 나머지 30%는 모르겠다고 답변했습니다. 지난 3세기 동안 공격적인 ‘과학의 제국주의’와 ‘세속적 인본주의’(Secular Humanism)를 겪으면서 현대 그리스도인들은 종종 혼란에 빠져 고뇌합니다. ‘하느님은 정말 존재하는 걸까?’
우리가 하느님의 존재와 그 말씀을 과학이나 논리학으로 검증하려 든다면, 이는 하느님보다는 논리학과 과학을 숭배하는 꼴입니다. 종교적 믿음은 이성의 표현이나 지성의 동의가 아니라 신념의 표현이요 의지의 행위입니다. 신앙을 객관적이고 비판적인 성찰의 대상으로 삼는 이들은 끊임없이 성찰만 하다가 결국 신앙인이 되는 궁극적인 지점엔 이르지 못합니다. 하느님은 객관적인 실체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덴마크의 종교철학자 키에르케고르(Kierkegaard, 1813∼1855)는 이렇게 고백했습니다. “내가 하느님을 객관적으로 파악할 수 있기 때문에 믿는 것이 아니다. 그렇게 할 수 없기 때문에 나는 믿어야 한다.”
인간의 가장 뜨겁고 가장 은밀하고 가장 성스런 소원과 생각은 무엇입니까? 그건 바로 영원한 생명에 대한 사고와 소망, 불사의 존재가 되고 싶은 원의와 마음입니다. 죽고 말 인간 존재 안에서 우린 그 한계에도 불구하고, 그 너머의 세계와 존재를 희구하며 또 누군가의 목소리를 듣습니다. 인간은 물리적인 유한성 안에 머물고 있지만 내적 의욕은 영원성을 추구하며 뻗어 나갑니다. 그러기에 인간은 영원성에로 수렴되어가는 ‘하느님의 암호’입니다. 만일 하느님이 존재하지 않는다 해도, 인간은 어떻게 해서든 하느님을 만들어냈을 거라는 무신론적 논리가 있습니다. 이에 대해 똑같은 논리로 답변할 수 있습니다. 만일 하느님이 존재한다 해도, 인간은 어떻게 해서든 무신론을 만들어냈을 것입니다. 실제로 세상은 지금 그렇게 하고 있지 않습니까? “의심하는 사람은 주님에게서 아무것도 받을 생각을 말아야 합니다.”(야고 1,6∼7)

호수 제목 글쓴이
2897호 2025. 11. 9  우리는 하느님의 성전입니다 file 최정훈 신부 
2896호 2025. 11. 2  우리의 영광은 자비에 달려있습니다 file 염철호 신부 
2895호 2025. 10. 26  분심 좀 들면 어떤가요. file 최병권 신부 
2894호 2025. 10. 19  전교, 복음의 사랑으로 file 김종남 신부 
2893호 2025. 10. 12  우리가 주님을 만날 차례 file 한종민 신부 
2892호 2025. 10. 6  복음의 보름달 file 김기영 신부 
2891호 2025. 10. 5  느그 묵주 가져왔나? file 김기영 신부 
2890호 2025. 9. 28  대문 앞의 라자로를 외면하지 마십시오. file 정창식 신부 
2889호 2025. 9. 21  신적 생명에 참여하는 삶 file 조성문 신부 
2888호 2025. 9. 14  나를 죽이고 십자가를 지는 삶 file 박재범 신부 
2887호 2025. 9. 7  더 크게 사랑하기 위해서는? file 이재원 신부 
2886호 2025. 8. 31  행복을 선택하는 삶 file 박호준 신부 
2885호 2025. 8. 24  ‘좁은 문’ file 이영훈 신부 
2884호 2025. 8. 17  사랑의 불, 진리의 불 file 이영창 신부 
2883호 2025. 8. 15  마리아의 노래-신앙인의 노래! 김대성 신부 
2882호 2025. 8. 10  그리움, 기다림, 그리고 깨어있는 행복! file 김대성 신부 
2881호 2025. 8. 3  “만족하십시오.” file 이재혁 신부 
2880호 2025. 7. 27  “노인(老人)=성인(聖人)” file 정호 신부 
2879호 2025. 7. 20  마르타+마리아=참으로 좋은 몫 file 이균태 신부 
2878호 2025. 7. 13  누가 저의 이웃입니까? file 계만수 신부 
주보표지 강론 누룩 교구소식 한마음한몸 열두광주리 특집 알림 교회의언어 이달의도서 읽고보고듣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