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에서 온 부활

가톨릭부산 2015.10.15 05:00 조회 수 : 42

호수 2155호 2012.04.08 
글쓴이 손삼석 주교 

일상에서 온 부활

손삼석 요셉 주교 / 교구 총대리

“그리스도께서 되살아나지 않으셨다면, 우리의 복음 선포도 헛되고 여러분의 믿음도 헛됩니다.”(1코린 15, 14)

우리 그리스도인들은 누구나 주님의 부활에 참여해서 그분과 함께 영원히 살기를 갈망합니다. 그런데 ‘주님의 부활’을 신학적으로나 이론적으로 설명하기란 쉽지 않습니다. 오늘 복음 말씀에서 볼 수 있듯이 예수님이 부활을 목격한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그렇다고 목격할 수 있는 사건도 아니었습니다. 예수님이 무덤에 묻히고 나서 어느 누가 밤새워 그 무덤을 지켰다고 해서 예수님께서 부활하시는 장면을 볼 수 있었을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단지 몇몇 여인이 안식일 다음날 새벽에 예수님의 무덤에 갔을 때 그 무덤이 비어있었다는 사실과 제자들에게 부활하신 예수님이 나타나신 발현을 통해서 예수님의 부활을 깨닫고 체험하게 되었습니다. 그렇습니다. 부활은 깨달음과 체험을 통해서 알 수 있는 것입니다. 그러니까 깨달음이 적고 체험이 없으면 부활을 알기가 힘들고 자신의 것이 될 수 없습니다. 사도 바오로도 필리피서에서 “나는 죽음을 겪으시는 그분을 닮아, 그분과 그분 부활의 힘을 알고 그분 고난에 동참하는 법을 알고 싶습니다. 그리하여 어떻게든 죽은 이들 가운데에서 살아나는 부활에 이를 수 있기를 바랍니다.”(필리 3, 10∼11)라고 했습니다.

결국, 우리는 우리의 일상에서 부활을 찾고, 부활을 터득하고 체험해야 합니다. 그것이 고난이든, 고통이든, 죽음이든, 그것을 통해서 주님의 부활에 이르러야 합니다.

우리 신앙인들이 뜻하지 않게 생각지도 않은 엄청난 불행을 당하고도 절망하지 않고 꿋꿋하게 살아갈 수 있는 힘은 부활에서 옵니다. 하루하루 연속되는 고통과 절망 가운데서도 ‘주님의 부활에 동참할 수 있다’는 그 희망 때문에 “지금 이렇게 살아갈 수 있고, 때로는 웃음도 지을 수 있습니다”라고 고백하는 분을 보았습니다. 오늘 부활 대축일을 맞이하면서 우리는 과연 어떤 부활의 삶을 살고 있고, 무엇을 희망하면서 살고 있는지를 생각해보아야 할 것입니다. 물론 지금 우리가 부활의 은혜를 입고 살아가는 것은 분명하지만, 그 부활의 신비를 완전히 깨닫거나 완전한 부활의 삶은 사는 것은 아닙니다. 이 세상에서 완전한 부활의 삶을 향해 나아갈 뿐입니다. 그래서 아우구스티누스 성인은 그의 강론에서 부활에 대해 이렇게 말했습니다. “우리는 언젠가는 그곳에서 안심하고 노래할 수 있도록 아직은 걱정 많은 이 세상에서 알렐루야를 노래합시다……. 주변의 편안함을 기뻐해서가 아니라 곤궁 속에서 위안을 찾기 위해 오늘 노래합시다. 방랑자처럼 노래합시다. 노래합시다. 앞으로 나아가면서! 곤궁 속에서 노래하며 자신을 위로하고 짜증 내지 맙시다. 노래하며 앞으로 걸어갑시다!”

이제 예수님의 부활이 우리의 부활이 되었습니다. 비록 고통과 죽음이 우리를 감싸고 있지만, 그 자체로 끝나는 것이 아니고 우리가 그것들을 이기고 영원한 삶을 살 수 있다는 구원의 보증 때문에 서로서로 축하인사를 하고 기쁨의 노래를 부르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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