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수 2154호 2012.04.01 
글쓴이 강지원 신부 

십자가의 어리석음이 하느님의 힘입니다

강지원 토마스 아퀴나스 신부 / 서동성당 주임

종려나무 가지를 손에 들고 겉옷을 벗어 길 위에 깔고서 “호산나! 주님의 이름으로 오시는 분은 복되어라.” 외치며 주님의 예루살렘 입성을 열렬히 환영하였던 그날의 수많았던 군중들! 그들은 정치적 억압과 현실적인 어려움을 단번에 해결해 줄 것을 기대하며 당대의 슈퍼스타 예수님의 예루살렘 입성을 뜨겁게 환영하였습니다.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주님을 열광적으로 환영하였던 그 군중들은 돌변하여 주님께 돌을 던집니다. 호산나를 목청껏 외쳤던 그 입으로 이제는 침을 뱉고 욕을 하고 십자가에 못 박으라며 죽음을 외치고 있습니다. 각자가 바라는 기대를 만족시켜주지 못했다는 이유로, 자신의 기득권을 지키기 위한 이유로, 이런저런 세속적인 이유로 주님을 대하는 태도를 바꾸어 십자가 처형을 외치는 군중들의 비정한 얼굴에서 인간의 영악함과 간사함을 봅니다.

자신의 이익에 배치된다 하여 한순간 너무나 쉽게 모든 것을 저버리는 우리들의 모습 속에서, 그리고 자기가 원하는 것을 얻지 못하고 자신이 바라는 대로 되지 않았다고 누군가를 원망하고 미워하고 탓하며 모든 책임을 떠넘기는 우리들의 이기적인 모습 속에서, 그날 예루살렘 군중들의 모습을 보게 됩니다.

그러나 주님은 다수의 사람이 원하고 세상의 기준으로 옳게 보이고 좋아 보이는 것일지라도, 그것이 진리가 아닐 수 있음을 우리에게 보여주셨습니다. 주님은 당장 손에 잡히는 세속적 의미의 성공이나 물질적 가치만을 추구하고 소수의 사람만 혜택을 보는 그런 이기적인 길이 아니라, 조금은 둘러가고 더디게 가며 설령 세상 사람 모두가 어리석다고 말을 해도, 참되고 옳은 길, 진심으로 모든 이를 살리는 길을 걸어가야 함을 당신이 몸소 우리에게 보여주셨습니다.

주님이 걸어가신 그 어리석음의 길이 바로 십자가의 길이었습니다. 세상이 보기에 가장 어리석고 힘없어 보였던 주님의 십자가가, 바로 하느님의 힘이었고 지혜였고 은총이었습니다. 하느님의 어리석음이 사람보다 더 지혜롭고, 하느님의 약함이 사람보다 더 강하기 때문입니다.(코린토 1서 1, 25) 성주간 동안 우리도 자신의 십자가가 무엇인지 생각하고 그 십자가를 기꺼이 지고 주님과 함께 십자가 수난의 길을 걸어가야 합니다. 그 길은 불편하고 힘들고 어리석어 보여도, 참된 자유 진정한 행복 그리고 모두 함께 주님께로 가는 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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