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호수 | 2144호 2012.01.22 |
|---|---|
| 글쓴이 | 노영찬 신부 |
날 수 셀 줄 아는 슬기
부산 가톨릭의료원장 노영찬 신부
음력 정월 초하룻날인 설은 우리 민족의 가장 큰 명절이자 새로운 한해의 기운이 강하게 꿈틀거리며 펼쳐지는 때이다. 그래서 떡국 한 그릇을 먹는 일도 그저 주린 배를 채우는 행위가 아니라, 나이를 한 살 더 먹는 특별한 행사가 된다. 설을 기점으로 나이의 단위가 올라간다는 이러한 전통적인 집단의식은 오늘 전례에 나오는 하느님 말씀과 통한다.
사실 우리네 인생살이란 하느님 편에서 보면 지극히 짧은 한바탕 꿈에 지나지 않는다. 영원하신 하느님의 시간에 비추면 천 년도 한 토막 밤에 불과하다. 잠깐 나타났다가 사라지는 안개와 같은 삶. 아침에 피었다가 푸르렀다가, 저녁에는 시들어서 말라버리는 풀처럼 덧없다. 야고보 사도는 이렇게 말한다. “자, 이제 오늘이나 내일 어느 어느 고을에 가서 일 년 동안 그곳에서 지내며 장사를 하여 돈을 벌겠다 하고 말하는 여러분! 그렇지만 여러분은 내일 일을 알지 못합니다.”(야고 4, 13∼14) 언제 어떤 방식으로 나에게 주어진 시간이 마감될지, 그래서 본래 나의 것이 아니었던 내 생명을 언제 어떤 모양으로 거두어 가실지 아는 인간은 없다는 말씀이다. 대체로 자신에게는 아직도 많은 날들이 남아 있다고 생각하면서 살아간다.
그러기에 우리는 설을 지내면서 우리가 살아야 할 삶의 날들에 대해 시편 90장에 나타나는 절절한 말씀을 우리 각자의 염원이 되도록 각성했으면 한다. “날 수 셀 줄 알기를 가르쳐 주시어, 저희들 마음이 슬기를 얻게 하소서.” 자칫 허망과 좌절, 낙담과 우울로 가라앉는 무의미한 삶의 늪에 빠지지 않기 위해서는 삶의 가치와 의미를 창출하고 발견하는 슬기와 지혜를 부단히 터득해야 하는데, 이는 무엇보다도 ‘날 수 셀 줄 아는’ 태도, 다시 말하면 시간을 어떻게 대하느냐에 달려 있다는 말씀이다.
‘나는 어떤 시간대를 살아가고 있는가’라고 자문해 보면, 많은 경우 ‘지금’이라는 시간의 영역이 아니라 다른 시간대에 얽매여 허덕이는 자신을 볼 수 있다. 하지만 이미 지나간 시간, 아직 오지 않은 시간을 삶의 시간으로 여기며 사는 것은 제대로 날 수를 헤아리는 태도가 아니다. 내가 숨 쉬고 살아가는 이 자리에서 나와 함께하는 순간순간이 주는 다양한 삶의 모습을 생생히 체험하는 것이야말로 시간을 낭비하지 않고 알차게 사는 길이다. 한번 지나가면 다시 돌이킬 수 없는 것이 시간이기에 정신을 가다듬고 깨어 지금의 시간을 충만히 사는 사람은 오늘 민수기가 말하는 축복의 말씀 안에 항상 머물 것이다. “주님께서 그대에게 당신 얼굴을 들어 보이시고 그대에게 평화를 베푸시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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