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에 묵고 계십니까?

가톨릭부산 2015.10.15 04:46 조회 수 : 114

호수 2142호 2012.01.15 
글쓴이 노우재 신부 

어디에 묵고 계십니까?

노우재 미카엘 신부 / 부산가톨릭대학교 신학대학 교수

오늘 제1독서에서 사무엘은 주님의 음성을 처음 듣고, 복음 말씀에서는 세례자 요한의 제자들이 예수님을 처음 봅니다. 주님의 말씀을 듣고 주님의 얼굴을 보는 것, 그리스도인이 되는 시작이며 바탕입니다.
요한의 두 제자는 “보라, 하느님의 어린양이시다”는 요한의 말을 듣고 예수님을 바라봅니다. 그리고 그분을 따라가며 묻습니다. “라삐, 어디에 묵고 계십니까?” 아직 그들에게 예수님은 한 분의 라삐, 스승님으로만 보입니다. 그들은 예수님께서 묵으시는 곳을 보고 그날 그분과 함께 묵습니다. 여기서 ‘묵는다’는 말이 아주 중요합니다. ‘묵는다’(meno)는 요한 복음의 다른 본문에서 대개 ‘머물다’로 번역됩니다. 집이나 천막 같은 장소보다는, 하느님과 하나 되는 영원한 사랑의 관계 안에서 살아가는 생활에 관련하여 등장하는 단어입니다. 예수님께서는 아버지 안에 머무르시고 아버지께서는 아드님 안에 머무르신다고 밝힐 때(요한14, 10∼11참조), 또 예수님께서는 아버지의 뜻 안에 머무르시고 항상 아버지의 뜻을 실천하신다고 증언할 때(요한3, 34;6, 38;8, 29참조), 이 말이 나옵니다. “와서 보아라”는 예수님의 말씀은 당신이 묵으시는 장소를 보라는 말씀이 아닙니다. 당신께서 아버지 하느님과 영원히 맺으시는 사랑의 관계를 보여 주고 그 관계 안으로 초대하는 말씀입니다. 요한의 제자들은 예수님께서 하느님 아버지 안에 머무르시는 분, 하느님의 아드님으로서 아버지와 일치하여 계신 분임을 알아봅니다. 그리고 그들 역시 예수님과 함께 머물며 아버지 하느님 안에 머물기 시작합니다. 그날부터 그들은 요한의 제자에서 그리스도의 제자가 됩니다. 예수님을 대면하는 이 첫 번째 만남이 얼마나 중요하였던지 그들은 그 시각까지 자세히 기억합니다. “때는 오후 네 시쯤이었다.”
아버지 안에 머무르시는 예수님께서는 제자들이 당신 안에 머물기를 끊임없이 요청하십니다. “내 안에 머물러라. 나도 너희 안에 머무르겠다.”(요한15, 4) 우리가 예수님 안에 머물 때, 하느님의 아드님이신 그분께서는 아버지와 아드님과 영이신 하느님의 사랑과 생명 안으로 우리를 이끌어 주십니다. 그리스도인의 삶은 삼위일체 하느님의 생명으로 새롭게 태어나 그 사랑 안에서 끊임없이 성장하는 생활입니다. “내 살을 먹고 내 피를 마시는 사람은 내 안에 머무르고, 나도 그 사람 안에 머무른다.”(요한6, 56) 성체성사는 우리가 주님 안에 머물 수 있도록 주님께서 당신 자신을 우리에게 내어주시는 사랑의 성사입니다. 온 마음을 다하여 미사 전례에 참여하며 주님께 사랑의 응답을 드려야 하겠습니다.

호수 제목 글쓴이
2151호 2012.03.11  십자가는 하느님의 사랑입니다. 장민호 신부 
2150호 2012.03.04  우리의 본모습을 찾도록 노력합시다 오종섭 신부 
2149호 2012.02.26  새로운 삶을 시작할 기회인 사순 시기 전열 신부 
2148호 2012.02.19  수용적 사랑과 희생 원정학 신부 
2147호 2012.02.12  우리는 주님의 손과 발입니다. 장훈철 신부 
2146호 2012.02.05  나는 무엇을 하며 어떤 사람인가? 박근범 신부 
2145호 2012.01.29  진정한 권위 고원일 신부 
2144호 2012.01.22  날 수 셀 줄 아는 슬기 노영찬 신부 
2143호 2012.01.22  사람 낚는 어부 박갑조 신부 
2142호 2012.01.15  어디에 묵고 계십니까? 노우재 신부 
2141호 2012.01.08  주님 공현(epiphania)의 의미는? 곽용승 신부 
2140호 2012.01.01  당신 마음 속에 이동화 신부 
2139호 2011.12.25  나의 주님으로 탄생하신 분이 어디에 계십니까? 손삼석 주교 
2138호 2011.12.18  하느님의 오심─ 우리에게는 큰 축복입니다. 도정호 신부 
2137호 2011.12.11  “당신은 누구요?”“광야에서 외치는 이의 소리다.” 이세형 신부 
2136호 2011.12.04  요한과 예수님의 세례 신진수 신부 
2135호 2011.11.27  기다림의 삶 오용환 신부 
2134호 2011.11.20  하느님 자녀로서의 삶 전재완 신부 
2133호 2011.11.13  칭찬받는 신앙인 서강진 신부 
2132gh 2011.11.06  죽어서도 그리운 이름 김강정 신부 
주보표지 강론 누룩 교구소식 한마음한몸 열두광주리 특집 알림 교회의언어 이달의도서 읽고보고듣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