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수 | 2140호 2012.01.0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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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 이동화 신부 |
당신 마음 속에
이동화 타라쿠스 신부 / 성바오로성당 부주임
로마가 한순간에 이루어지지 않았듯이 우리 인생 역시 한순간에 이루어지지 않습니다. 그것은 오랜 시간 속에서 형성되고 성숙해 갑니다. 좋은 부부는 결혼의 순간에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평생을 서로 사랑하고 인내하는 과정 속에서 형성됩니다. 좋은 부모 역시 아기를 낳는 그 기쁨의 순간에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아기를 향한 사랑과 헌신의 과정 속에서 형성되는 것입니다. 마찬가지로 훌륭한 신앙인은 세례의 순간에 완성되는 것이 아니라, 인생의 전 과정을 거쳐서 형성되고 성숙되어 가는 것입니다. 신앙은 자기 주변의 일들을 놀라움과 경이로움으로 바라보는 과정을 통해서, 그 놀라움과 경이로움 속에서 하느님의 뜻을 찾는 과정을 통해서 그리고 하느님의 뜻을 자신의 마음 깊은 곳에 품을 수 있을 때 성숙되는 것입니다. 모든 일들을 자신의 가슴 속에 품는 것은, 물질 중심의 경제 논리에서 해방될 수 있을 때, 효율과 능률의 논리에서 해방되어 자기 마음을 비워놓을 수 있을 때나 가능합니다. 그것은 하루아침에 이루어지는 일이 아니라 긴 시간을 통해서 이루어지는 일입니다.
오늘 우리는 자기 마음 깊은 곳에서부터 하느님을 찾고 그 마음속에 하느님을 담았던 한 여인, 그래서 신앙인의 모범이 되는 한 여인을 만납니다. 마리아는 언제나 자신의 주변을 향해 깊은 연민과 식별력을 가진 여인이었습니다. 하느님의 은총으로 잉태할 것을 알리는 가브리엘 천사의 방문을 곰곰이 생각하던 마리아였습니다.(루카 1, 29) 그녀는 구유에 누워있는 갓난아기를 찾으러 온 목자들의 방문 역시 마음속 깊이 새기고 곰곰이 생각했습니다. 예루살렘 성전에서 본 아기의 모습에 놀라움으로 어안이 벙벙해졌지만(루카 2, 47) 그 모든 것 역시 마음 속에 새겨둡니다.(루카 2, 51) 언제나 모든 일을 마음 속에 새기고 깊이 생각함으로써 하느님의 뜻을 찾으려 노력한 여인이었습니다. 자기 자신에게 주어지는 그 어떤 놀라움도 가슴에 새기고 그 어떤 아픔도 마음 속 깊이 안고 가려는 여인이었습니다. 바로 그런 여인이었기에 “당신 말씀대로 저에게 이루어지기 바랍니다.”(루카 1, 38)하고 말할 수 있는 신앙인이었습니다.
오늘 우리가 기념하듯이, 마리아를 하느님의 어머니라고 고백하는 것은 당신의 육체로 성자 하느님을 낳고 기른 결과 때문이기보다는, 평생을 하느님의 말씀을, 그래서 말씀이신 아드님을 마음속 깊이 넣고 살았던 삶의 과정 때문입니다. 온 인생을 통해 자기 마음을 비우고 자신을 버림으로써 하느님을 채우고 살았기 때문입니다. 마리아는 예수님을 당신 자궁 안에 잉태하기 이전에 이미 마음속 깊은 곳에서 하느님을 잉태하고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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