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톨릭 뉴스
매체명 가톨릭신문 
게재 일자 2998호 2016.06.12 4면 

[사회교리 아카데미] 올바른 사회 질서의 열매

평화는 ‘정의의 작품’

평화는 독립적 문제가 아니라
정의·경제적 질서와 연결돼
불평등한 사회 바로잡지 않고는
참 평화 이루기 힘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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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하여라, 평화를 이루는 사람들!

거의 모든 그리스도인들이 평화를 위해 매일 같이 기도한다. 이러한 기도와 희망에도 불구하고, 그리고 평화를 갈망하는 선한 의지와 마음을 가진 많은 이들의 희망에도 불구하고 우리에게 평화는 아직도 먼 산과 같다. 이는 우리가 너무 오랫동안 평화에 대해 지나치게 피상적으로만 생각해왔기 때문이다. 우리는 평화에 대해 새로운 마음으로 생각해보아야 한다.

무엇보다도 먼저, 평화는 단순히 전쟁이나 분쟁이 없는 상태가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평화는 적대 세력 사이의 군사력의 우위나 군사무기의 균형을 유지하는 것으로 이루어질 수 없다. 우리나라의 경우도 마찬가지이겠지만 “이미 강대국들의 무기고에 있는 무기들을 전부 사용하게 된다면, 이 무기 사용에서 오는 세계의 막대한 파괴와 그에 따르는 가공할 결과는 제쳐 두더라도 적대 진영 쌍방이 거의 완전히 몰살될 것이다”(「사목헌장」 80항). 군사력 위에 세워진 평화는 거짓 평화일 뿐 아니라, 모두의 파멸로 이어질 가능성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정치적으로도 강자의 지배, 즉 전제적 지배나 독재 등의 힘으로 평화가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다. 대다수의 침묵을 강요하는 것 역시 거짓 평화인 것이다.

그렇다면 진정한 평화는 무엇이고 어떻게 이룰 수 있는가? “올바로 또 정확히 말하자면, 평화는 ‘정의의 작품’(이사 32,17)이다”(「사목헌장」 78항). 평화는 단일하고 독립적인 문제가 아니라 정의의 문제와 확고하게 연결되어 있으며, 특히나 경제적 질서에 연결되어 있다. 평화는 정의 위에 이루어지는 것이고 정의의 핵심 문제는 세상 재화의 균등한 분배와 공동선에 있다. 이런 의미에서 평화는 우연히 또는 한두 가지의 해결책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다. 평화는 계속해서 추구되고 지켜져야 하고 이상을 향해 점점 접근되어야 하는 것이다. 특히나 “공동선이 구체적으로 요구하는 것은 시대의 흐름에 따라 끊임없이 변화하므로, 평화는 결코 한 번에 영구히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언제나 꾸준히 이룩해 나가야 하는 것이다”(「사목헌장」 78항). 그러므로 평화로운 세계를 위해서는 현재의 불의하고 불평등한 사회 질서를 올바르게 수정하지 않고는 이루어질 수 없는 일이다.

이런 면에서 볼 때, 평화는 궁극적으로 올바른 사회 질서의 열매(「사목헌장」 78항)이다. 올바른 사회 질서는 언제나 인간을 지향해야 하며, 사물의 안배는 인간 질서에 종속되어야 한다(「사목헌장」 26항). 그러므로 경제 질서나 정치적 질서가 인간보다 높은 서열에 배치되어서는 안 되는 것이다. 모든 사회 질서에서 ‘인간이 주체이며 중심이고 목적’(「사목헌장」 63항)인 것이다. 오늘날 우리 사회의 전도된 가치와 질서를 회복하지 않고서는, 그리고 인간 중심적인 가치와 질서를 회복하지 않고서는 참다운 평화를 이루기 힘들다. 이런 의미에서 평화를 이루기 위해서는 개인과 사회 모두의 근본적인 방향 전환이 필요하고, 그럴 때 평화는 하느님의 선물이 된다.

“행복하여라, 평화를 이루는 사람들! 그들은 하느님의 자녀라 불릴 것이다”(마태 5,9)라고 하신 주님의 가르침처럼, 평화를 갈망하고 이루는 노력은 정치공동체의 책무일 뿐만 아니라 주님의 제자들에게 주어진 사명이기도 하다. 제2차 바티칸공의회는 정의와 평화를 증진하는 데 가톨릭 신자들의 공동체를 일깨우기 위하여 보편 교회의 한 기관을 설립해야 한다고 제안(「사목헌장」 90항)했다. 공의회의 정신을 실현하기 위해 바오로 6세 교황께서 설립하신 기관이 바로 정의평화위원회이다. 한국교회 역시 주교회의에서 각 교구에 이르기까지 정의평화위원회가 여러 활동을 펼치고 있다. 모든 신자들의 더 많은 관심과 애정이 필요할 때다.

 

이동화 신부(부산가톨릭대 신학대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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