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수 | 2488호 2018.05.1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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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 권순호 신부 |
성경을 보면 예수님은 가장 작은 계명이라도 어기면 하늘나라에서 가장 작은 이가 될 것이라고 말씀하십니다. 이런 예수님의 말씀이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작은 계명에 집착하는 것은 좀생이의 마음이 아닐까요?
권순호 신부 / 부산가톨릭대학교 신학대학 교수 albkw93@hotmail.com
보통 결혼이 파경에 이르고 이혼을 하는 부부는 이혼의 이유를 흔히‘성격 차이’라고 말합니다. 이 세상 모든 사람은 저마다 다른 성격을 가지고 있습니다. 심지어 한 가정에서 자란 형제자매들도 서로 다른 성격을 가집니다. 부부는 다른 성격끼리 만나서 함께 살아가는 사람들이기 때문에 성격에‘차이’가 나는 것은 당연한 일입니다. 결혼 상담가들은 우리가 흔히 얘기하는‘성격차이’는 갈등의 주원인이 아니라고 합니다. 부부는 보통 큰일이 아니라, 작은 일로 다툽니다. 그리고 작은 다툼의 골이 깊어지고 이혼을 하게 됩니다. 악마는 작은 곳에 숨어 있다는 말이 있습니다. 잉꼬부부는 싸움과 갈등이 없는 부부가 아닙니다. 그들은 작은 일로 생기는 갈등이나 싸움의 골이 더 깊어지기 전에 작은 갈등으로 해결해 나가는 것입니다. 다른 부부는 흔히 작은 일을 크게 부풀려 버리거나 속으로 곪아 들어가도록 방치합니다. 그래서 파경을 맞이하게 되는 것입니다. 우리의 다른 인간관계도 마찬가지입니다. 대부분 작은 일에서부터 갈등과 분열과 미움은 시작됩니다. 예수님은 계명들 가운데 가장 작은 것 하나라도 어기고 또 사람들을 그렇게 가르치는 사람은 하늘나라에서 가장 작은 자라고 불릴 것이라는 말씀은 이런 맥락에서 이해해야 합니다. 예수님께서 말씀하신 모든 계명은 사랑으로 종합됩니다. 사랑의 파괴도 사소한 균열에서 시작됩니다. 악마도 작은 갈등과 작은 미움 속에 숨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