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수 2137호 2011.12.11 
글쓴이 이세형 신부 

“당신은 누구요?”
“광야에서 외치는 이의 소리다.”

이세형 유스티노 신부 / 영성의 집 부원장

바리사이들이 보낸 사람들에게 세례자 요한은 단호하게 자신의 정체를 밝힌다. 또한 요한복음사가는 예수님과 대비하여 세례자 요한을 정의한다. “그 사람은 빛이 아니었다. 빛을 증언하러 왔을 따름이다.” 이렇게 예수님과 요한을 대비시키는 이유는 그 당시 예수님이 아닌 세례자 요한을 참 빛으로 받아들인 그의 제자들을 염두해 둔 것이다. 사도행전 19장 1∼7절을 보면 바오로가 에페소에서 세례자 요한의 제자들 몇몇을 만나는데 그들은 세례자의 회개의 세례를 받았지만 성령에 대해서는 전혀 알지도 못하는 대목이 나온다.
그렇다. 요한 복음의 서언에서 예수님(말씀)과 세례자 요한(소리)을 대비시킨 이유는, 스스로가 ‘복음’이시며 아버지를 증거하는 최고의 증인이신 육화된 ‘말씀’을 증언하는 데 있다. 세례자 요한은 바로 이 목적을 위해 하느님으로부터 임명을 받고, 순수한 빛이시며 거룩하신 ‘말씀’이 되시는 분을 증거하고, 그 증거를 통해 모든 이들이 믿도록 하는 성스러운 사명을 위임받은 것이다.
‘말씀’으로부터 부름을 받은 우리(교회, 나) 또한 ‘소리’로서의 소명을 받았다. “내 뒤에 오시는 분이신데, 나는 그분의 신발 끈을 풀어 들이기에도 합당하지 않다.”는 세례자 요한의 증언처럼, 우리는 ‘말씀’(하느님)과 ‘소리’(피조물)를 혼동해선 안 된다. 사도행전 4장 12절은 이를 분명하게 증언하고 있다. “그분(예수님) 말고는 다른 누구에게도 구원이 없습니다. 사실 사람들에게 주어진 이름 가운데에서 우리가 구원받는 데에 필요한 이름은 이 이름(예수님)밖에 없습니다.”
인간 원죄의 출발(창세 3장)은 하느님의 말씀과 피조물의 소리(사탄)를 혼동해서 온 결과이다. 지금도 그 악의 영향(거짓)은 계속되고 있다. 끊임없이 우리 마음을 파고드는 원초적인 두려움과 유혹은 무엇인가? 죽으면 끝이라는 절망(두려움)때문에 현세에 매여 계속 살고자 하는 갈망(유혹)이다.
예수님께서 지상에 오심으로써 우리에게 하느님의 자녀가 되는 특권(요한 1, 12)을 주셨지만, 이를 받아들이지 못하는 한(요한 1, 11) 우리는 ‘말씀’이 아닌 거짓 ‘소리’에 현혹될 수밖에 없다.
“너희 마음이 산란해지는 일이 없도록 하여라. 하느님을 믿고 또 나를 믿어라. 내 아버지의 집에는 거처할 곳이 많다. 그렇지 않으면 내가 너희를 위하여 자리를 마련하러 간다고 말하였겠느냐? 내가 가서 너희를 위하여 자리를 마련하면, 다시 와서 너희를 데려다가 내가 있는 곳에 너희도 같이 있게 하겠다.”(요한 14, 1∼3) 우리는 구원(영원한 생명)을 받은 하느님의 자녀들이다. 부모의 말씀을 믿지 않는 자를 어찌 자녀라 할 수 있겠는가? 신자들이여! 거짓 소리에 현혹되지 않도록 깨어 있으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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