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한과 예수님의 세례

가톨릭부산 2015.10.15 02:37 조회 수 : 86

호수 2136호 2011.12.04 
글쓴이 신진수 신부 

요한과 예수님의 세례

신진수 골룸바노 신부 / 물금성당 주임

오늘은 대림 시기의 두 번째 주일입니다. 대림환의 두 번째 연보라빛 초가 우리의 삶을 더욱 깨끗하게 정화하라는 듯이 불을 환히 밝히고 있습니다.
오늘 복음 말씀에서 요한은 사람들에게 회개의 세례를 받으라고 선포합니다. 세례는 회개의 표시로서의 예식이고, 예수님의 복음을 받아들이기에 합당하도록 마음을 준비하는 예식입니다. 주님의 길을 마련하는 방법에 대하여 요한은 ‘용서와 회개’로 정의합니다. 사실 용서와 회개가 참 어렵고 감당하기 쉽지 않지만, 대림 시기만이라도 그동안 용서하지 못하고, 회개하지 못한 모든 것을 바로 잡아야 할 때임을 마음에 새겨야 하겠습니다.
요즘에는 회개할 필요가 없다고 스스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이 있습니다. 믿음이 없는 사람들이야 그렇다 치고, 신자들 중에도 상당수가 자신은 뚜렷하게 죄를 지은 일이 없으니 회개할 일이 별로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니 대림 때에 회개하자고 하는 말이 얼마나 공허하게 들리겠습니까? 그래서 대림절이 특별한 의미 없이 지나가며 반복되고, 성탄절이 특별한 기쁨도 없이 찾아옵니다.
예수님의 세례는 요한의 세례와 달리 ‘영원한 생명을 주는 세례’입니다. 요한은 ‘성령으로 베푸는 세례’라고 예수님의 세례를 설명합니다. 영원한 생명을 얻는 세례를 그동안 가볍게 여기고, 그 일을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나누지 못한 잘못을 반성해야겠습니다.
주님께서 하시는 일은 ‘새로운 생명’을 주시는 것입니다. 요한은 주님의 신분과 일을 ‘용서와 회개를 통해 세상을 구원하실 구세주’이시라고 증언합니다. 요한은 ‘광야에서 외치는 사람’으로 주님의 신발 끈을 풀어 드릴 자격도 없다고 겸손한 자세를 보여 주고 있습니다. 거칠고 소박하며 꾸밈없는 그의 삶이 우리를 부끄럽게 합니다. 교만하게 세상을 살았고, 다른 사람에게 자신을 드러내는 데 급급했던 어리석은 삶을 반성하게 합니다. 요한과 같이 겸손한 마음과 자세를 가져야 하겠다고 새롭게 다짐해봅니다.
요한은 예수님을 ‘큰 능력을 지니신 분’으로 소개합니다. 그리고 예수님은 요한 앞에서 머리 숙여 세례를 받으십니다. 머리 숙여 세례를 받고자 하신 예수님과 신발 끈을 풀 자격도 없다고 하는 요한을 다시 생각합니다. 요한은 광야에서 외치는 소리였지만 그 소리는 그의 소리가 아니라 주님의 소리입니다. 이 소리는 자신을 최대한 비워낼 때 비로소 최고 청명한 소리를 내게 됩니다. 우리도 대림 시기동안 내적 준비를 잘하여 세례자 요한처럼 청명한 소리를 내어야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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