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수 | 2135호 2011.11.2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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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 오용환 신부 |
기다림의 삶
오용환 가브리엘 신부 / 부산성모병원 행정부원장
마음의 여유 없이 바쁘게 살아가는 현대인들은 성격이 급해서 기다리기를 싫어합니다. 상대방이 조금이라도 약속시간에 늦으면 초조해하고 짜증을 냅니다. 음식점에서도 음식이 조금이라도 늦게 나올라치면 ‘아줌마 빨리 안 나와요?’하고 재촉하며 수저까지 미리 들고 앉아 있습니다. 심지어 판공성사 때도 잠시 기다리지를 못해 새치기(?)하는 경우도 종종 볼 수 있습니다. 이렇게 기다리지 못하는 것이 버릇이 되어 기도할 때도 ‘하느님, 빨리 좀 꼭 들어 주세요’하면서 하느님께 독촉하기도 합니다. 자기가 원하는 기도를 빨리 들어주질 않았을 땐, 성질 급하게 신앙을 포기하는 경우도 종종 보게 됩니다. 얼마 전 동료와 약속이 있어 성당 근처에서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약속 시간이 15분쯤 지나도 상대방이 안 나타나자 슬슬 화가 나고 초조해지기 시작하는데, 건너편 쪽에 오래전부터 앉아 누군가를 기다리고 있는 젊은 여인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그 여인은 누구나 알아볼 수 있을 만큼 배가 부른 임산부였습니다. 여인은 누구를 기다리고 있는지, 무엇을 기다리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참으로 여유롭게 보였습니다. 저 여인이 저렇게 여유롭게 기다릴 수 있었던 건, 분명 서두른다고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는 걸 임신을 통해 기다리면서 깨달았을 것입니다. 무조건 빨리빨리 바쁘게만 돌아가는 이 세상에 휩쓸리어 어디로 가고 있는지도 모르면서 살아가는 내 자신. 서두른다고 해결되는 것도 별로 없었던 것 같은데… 결국, 모든 것은 하느님께서 주관하시는데 마치 내 마음대로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듯 욕심부리면서 서두르기에 마음에 여유가 없이 많은 것들을 놓치면서 살아가는 것 같습니다. 전례력으로 새해를 시작하는 첫 주간인 오늘, 예수님께서는 우리에게 “깨어 준비하라”고 말씀하십니다. 대림 시기는 구세주이신 하느님의 아들 예수 그리스도께서 이 세상에 오신 것을 기다리는 때입니다. 분명 주님께서는 깨어 준비하면서 기다리는 사람에게만 오실 것입니다. 주님, 어서 오세요. 저희 모두 깨어 준비하면서 기다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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