엽공호룡(葉公好龍)이어서야…
박혁 스테파노 신부 / 해운대성당 주임
오늘은 민족들의 복음화를 위해 기도하는 전교 주일입니다. 전교란 간단하게, 자신이 믿는 종교를 선전하여 널리 알린다는 뜻입니다. 우리의 전교는 단지 내가 좋아하는 종교이기 때문에 하는 것이 아니라, 그리스도의 명령이기 때문에 하는 것입니다. 오늘 복음 말씀에서 예수님께서는 “나는 하늘과 땅의 모든 권한을 받았다. 그러므로 너희는 가서 모든 민족들을 제자로 삼아, 아버지와 아들과 성령의 이름으로 세례를 주고, 내가 너희에게 명령한 모든 것을 가르쳐 지키게 하여라. 보라, 내가 세상 끝 날까지 언제나 너희와 함께 있겠다.”(마태 28, 18∼20) 하고 말씀하셨습니다. 이 말씀에 따라 우리는 스스로 계명을 지킬 뿐 아니라 모든 민족들에게 예수님의 가르침을 전하고 지키도록 하는 것입니다. 전교란 엄밀히 말하자면 신앙의 형식을 전하는 것이 아니라, 신앙의 내용을 전하는 것입니다. 그러니 우리는 신앙의 내용을 잘 알고 있어야할 뿐 아니라 신앙의 내용을 삶 속에서 실천하고 있어야 합니다. 자기가 믿는다고 하는 것을 자기가 실천하지 않는다면, 어느 누가 그의 말을 듣고 신앙을 받아들이겠습니까?
옛날 중국 땅에 살던 엽공(葉公)이라는 사람이 용(龍)을 좋아하는 정도가 지나쳐 옷이나 가구, 담장, 그릇이나 술잔 등 집안 가득 용을 새겨 놓고, 용에 관한 책만 읽었다고 합니다. 어느 날 그 소식을 들은 용은 자기를 그토록 좋아한다는 엽공을 만나러 엽공의 집에 갔습니다. 용이 창문으로 얼굴을 들이미는 순간, 엽공은 혼비백산하여 도망갔다고 합니다. 용을 보자마자 도망간 엽공이 진심으로 용을 좋아하고 사랑했다고 말할 수 있겠습니까?
예수님을 사랑한다고 하면서 이웃을 사랑하지 않고, 하느님을 믿는다고 하면서 자신을 희생하고 참지 않는다면 누가 그의 말을 전해 듣고 하느님을 믿겠습니까? 만일 어느 집에 늘 접시 깨지는 소리와 고함 소리가 난다고 합시다. 누가 그 가족들의 사랑하라는 말을 곧이 듣겠습니까? 우리가 진실 되게 믿는 바를 실천하지 못한다면 전교는 곧, 엽공의 용 사랑과 같은 허울에 불과할 것입니다. 전교란 말이나 행동이 생활의 증거로 뒷받침되지 않으면 불가능한 것입니다.
우리가 진심으로 예수님을 사랑해서 우리 삶을 온통 예수님으로 채우고, 그 가르침을 전할 수 있을지 두려움이 앞서지만, “네 온 마음으로, 네 온 영혼으로, 네 온 힘으로, 네 온 정신으로 너의 하느님이신 주님을 사랑하라, 그리고 네 이웃을 네 자신처럼.”(200주년성서 루카10, 27) 이라는 예수님의 가르침을 우리 삶의 고갱이로 삼아, 내 사랑의 삶과 내 희생의 모범이 모든 민족들로 하여금 하느님께 나아가는 데 밑거름이 되도록 힘껏 노력합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