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수 2128호 2011.10.09 
글쓴이 신호철 신부 

부산교구 수호자 묵주 기도의 복되신 동정 마리아 대축일

신호철 비오 신부 / 부산가톨릭대학교 신학대학 교수

우리 구원의 근원은 하느님 안에 있으며, 하느님 안에 결합하여 사는 것이 구원받은 삶, 바로 그리스도인의 삶입니다. 그러나 하느님께서는 인간의 감각을 초월해 계시는 분이셔서 우리 스스로의 힘으로 하느님을 알아 뵙고 그분께 다가갈 수 없습니다. 놀랍게도 하느님께서는 당신이 먼저 다가오시고 당신의 얼굴을 우리에게 보여주셨습니다. 그것도 우리의 아들이요 아버지로서 다정하고 친밀한 모습으로 우리 곁에 계심을 알게 해 주셨으며, 우리가 구원받았음을 깨닫게 해 주셨습니다. 하느님께서는 우리와 함께 계시는 분, “임마누엘”이시요, 우리를 구원하시는 하느님이십니다.

오늘 복음 말씀은 주님께서 성모님의 태중에 잉태되시는 그 순간, 곧 구원 역사의 절정인 파스카 사건이 주님의 강생으로 인해 시작되는 순간의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그 중에서도 가브리엘 천사가 성모님께 한 첫 인사는, 주님과 함께 있는 것이 바로 구원의 은총임을 단적으로 드러냅니다. “은총이 가득한 이여, 기뻐하여라. 주님께서 너와 함께 계시다.”(루카 1, 28) 복음의 이 말씀은 우리가 늘 바치는 성모송의 첫 구절이기도 합니다. 성모송의 둘째 부분에 나오는 “천주의 성모 마리아님”이라는 구절은, 한 여인을 하느님의 어머니라고 고백하면서 하느님께서 참으로 사람이 되시어 우리 가운데 계심을 강조합니다. 이렇게 성모송은 주님 강생의 신비, 곧 우리 구원의 본질인 “하느님께서 사람이 되시어 우리와 함께 계신다”는 신비로 가득하며, 우리는 이 신비를 묵주 기도를 바칠 때마다 되새깁니다.

부족하고 제한되어 있는 우리 인간이, 이 초월적인 구원의 신비를 여러 번 반복하여 되새긴다 하여 그러한 반복이 차고 넘친다 할 수 있겠습니까? 같은 이유로 묵주 기도를 반복하여 바치면서 수없이 성모송을 되풀이 한다 하여 그것을 부질없거나 과도한 되풀이라고 할 수는 결코 없는 것입니다. 이것은 오히려 끝없이 우리 영혼에 새기고 또 새겨야만 할 거룩한 구원의 신비입니다. 또한 묵주 기도에 배정되어 있는 환희의 신비, 고통의 신비, 영광의 신비, 빛의 신비는 성모송에 담겨 있는 주님 강생의 신비를 주님의 온 생애로 투사하여주는 것이니, 결국 묵주 기도는 예수 그리스도를 통해 이루어진 구원 사건에 있어서의 모든 중요한 면모를 다 함께 묵상하게 하는 탁월한 기도라 할 수 있는 것입니다.

오늘 교구 수호자 대축일을 지내면서, 이토록 좋은 묵주 기도의 복되신 동정 마리아님이 바로 우리 부산교구의 수호자이심을 기뻐하고, 그러한 은총을 베풀어주신 “엠마누엘” 우리 구원의 하느님께 감사드립시다. 기쁠 때나 슬플 때나 묵주기도를 바치면서 하느님을 찬미하고 성모님의 전구를 간청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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