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수 2123호 2011.09.11 
글쓴이 김종엽 신부 

용서, 그것은 세상에서 하기 가장 어려운 일

김종엽 바르나바 신부 / 삼계성당 주임

교우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여름 내내 지루한 장마가 우리를 힘들게 했는데, 뒤늦게 늦더위가 기승을 부립니다. 비록 햇살이 따갑지만, 그동안 힘겹게 버텨오던 곡식이며 과일들이 조금은 힘을 내는 듯해서, 마냥 싫고 힘들지만은 않습니다.

오늘 복음 말씀은 무자비한 종의 비유로, 우리가 잘 알고 있는 내용입니다. 왜, 그리고 무엇이 무자비한가 하니, 자기는 이해받고 용서받길 바라면서, 남의 잘못은 보고 넘기지 못하는 어리석고 못된 우리의 모습 때문입니다. 그런 것을 무자비하다고 하면, 아마도 대부분의 사람들도 무자비하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이렇게 못나고 이기적인 모습이 우리의 현실일까요? 주님의 자비와 사랑을 청하면서, 우리 스스로는 결코 너그러워질 수 없는 것일까요?

‘용서, 그것은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일’ 이라고 합니다. 하지만 어려운 이유가 외부로부터 기인하는 것만은 아닌 듯합니다. 저 자신을 보더라도, 화가 나고 짜증나고, 이해와 용서가 힘들 때는, 외부의 문제라기보다는 스스로에게 그 까닭을 느낄 때가 더 많습니다. 기분 좋으면 마음도 넓어지고 훨씬 부드럽고 여유가 있고 너그러워지기까지 합니다. 하지만 일이 잘 안 풀리거나 피곤하고 스트레스에 쌓여 있을 때는 예민해지고 참지 못하며 못된 속을 다 보이고 맙니다. 그로 인해 부정적이고 외골수로 변해가는 자신을 보며, 나아질 것을 포기하고, 그렇게 된 이유와 책임을 세상과 이웃에서 찾고 원망합니다. 용서가 어려운 만큼 친구는 점점 사라지고, 같은 삶을 살아도 외롭고 무미건조한 일상을 살아갑니다.
‘용서 그 먼 길 끝에 당신이 있습니까?’라는 영상물에서는 말합니다. 살기 위해 용서하는 자와 분노의 힘으로 살아가는 자! 사람은 용서로부터 자유롭지 못하기에, 결국 이 두 가지 방법 가운데 하나를 선택해야 되고, 다시 행복하기 위해 우리는 용서하는 길을 걸어야 한다고 말입니다. 주님은 오늘 복음 말씀을 통해, 우리가 하느님께 많은 빚을 지고 사는 사람임을 일깨워 주십니다. 주님의 은총과 자비를 체험하면서 이웃을 용서하고 사랑하라고 말씀하십니다. 남을 용서하고 받아들일 때 주님께 빚진 우리도 주님께 받아들여질 수 있습니다. 용서는 ‘세상에서 가장 하기 어려운 일’이지만, 그래도 하느님은 용서하길 바라십니다. 나 자신을 위하여, 다시 행복하기 위하여! 무자비한 우리의 모습을 버리고, 자비로울 줄 아는 하느님의 자녀로 나아갑니다. 선하신 하느님을 닮은 오늘 하루를 희망합니다. 감사합니다.

호수 제목 글쓴이
2905호 2025. 12. 28  사랑으로 물들어 가는 가족 new 이요한 신부 
2904호 2025. 12. 25  ‘그 빛이 어둠 속에서 비치고 있다.’(요한 1,5ㄱ 참조) new 신호철 주교 
2903호 2025. 12. 21  믿고 순종하는 이를 구원하시는 임마누엘 하느님 file 한인규 신부 
2902호 2025. 12. 14  자비롭고 선한 사람 file 손지호 신부 
2901호 2025. 12. 7  방향전환 file 이재석 신부 
2900호 2025. 11. 30  “깨어 준비하고 있어라.” file 김병수 신부 
2899호 2025. 11. 23  모순과 역설의 기로에서 file 김지황 신부 
2898호 2025. 11. 16  가난한 이들은 기다릴 수 없다 file 이상율 신부 
2897호 2025. 11. 9  우리는 하느님의 성전입니다 file 최정훈 신부 
2896호 2025. 11. 2  우리의 영광은 자비에 달려있습니다 file 염철호 신부 
2895호 2025. 10. 26  분심 좀 들면 어떤가요. file 최병권 신부 
2894호 2025. 10. 19  전교, 복음의 사랑으로 file 김종남 신부 
2893호 2025. 10. 12  우리가 주님을 만날 차례 file 한종민 신부 
2892호 2025. 10. 6  복음의 보름달 file 김기영 신부 
2891호 2025. 10. 5  느그 묵주 가져왔나? file 김기영 신부 
2890호 2025. 9. 28  대문 앞의 라자로를 외면하지 마십시오. file 정창식 신부 
2889호 2025. 9. 21  신적 생명에 참여하는 삶 file 조성문 신부 
2888호 2025. 9. 14  나를 죽이고 십자가를 지는 삶 file 박재범 신부 
2887호 2025. 9. 7  더 크게 사랑하기 위해서는? file 이재원 신부 
2886호 2025. 8. 31  행복을 선택하는 삶 file 박호준 신부 
주보표지 강론 누룩 교구소식 한마음한몸 열두광주리 특집 알림 교회의언어 이달의도서 읽고보고듣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