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호수 | 2122호 2011.09.04 |
|---|---|
| 글쓴이 | 권경렬 신부 |
그분은 자유의 몸이시다
권경렬 베드로 신부 / 생명환경사목
어느 산 속에 수행자가 살고 있었다. 그는 기도와 수행을 통하여 하느님과 깊이 일치하였다. 하루는 산 아래 마을에 어떤 처녀가 애를 낳았다. 처녀는 울면서 아이 아버지가 바로 그 수행자라고 말했다. 마을 사람들은 화가 나서 아이를 안고 수행자에게 달려와, 온갖 욕설을 퍼부었다. 그때 수행자는 이렇게 말했다. “그런가? 이 아이가 내 아이인가?”
며칠 후, 처녀는 양심에 가책을 느꼈다. 그리고 아이 아버지가 마을 총각이라고 실토했다. 그러자 마을 사람들은 그 수행자에게 찾아와 이번엔 용서를 빌었다. 그때 수행자는 또 이렇게 말했다. “그런가? 이 아이가 내 아이가 아닌가?”
오늘 복음 말씀에서 예수님은 “사람의 아들을 누구라고들 하느냐?” 하고 물으신다. 살아가면서 남들이 나를 누구라고 하는지 아는 것은 중요하다. 그러나 더 중요한 것은 내가 누군지 자신이 자신을 아는 일이다. 자신이 누군지 모르는 사람은 남들의 이목이나 평가에 의존하는 삶을 살게 된다. 칭찬이나 비난에 민감하고, 자신의 존재 가치나 의미마저 어떤 일의 결과나 남들의 평가에 좌우된다. 늘 남들과 자신을 비교해 우월감이나 열등감에 사로잡힌다. 칭찬받고 성공하면 우쭐해져 자만심에 빠진다. 자존심 때문에 비난을 두려워하고, 남의 말을 받아들이지 않지만, 실패하면 자신감을 잃고 자괴감에 빠진다. 그는 자존심이 강하지만 자존감은 거의 없다. 이런 사람은 설령 많은 부와 명예와 권력을 가졌다한들 내면은 늘 공허하고 불안하다.
그러나 예수님처럼 자신이 누군지 분명히 깨달아 아는 사람은 남들의 칭찬이나 비난, 어떤 일의 성공이나 실패에 관계없이 자신의 존재를 그 자체로 소중히 여긴다. 그는 남과 비교하지 않으며, 남의 말을 귀담아 듣고 자신의 잘못을 솔직히 인정할 줄 안다. 그는 겸손하고 남을 소중히 대한다. 그의 내면에는 자애심과 자존감이 충만하고 그의 영혼은 자유롭다. 그는 예수님처럼 자신을 있는 그대로 소중하게, 유일무이한 존재로 바라보시는 하느님을 느낀다. 그리고 마침내 내가 아니라 내 안에 계신 참 나, 하느님을 깨닫는다. 존재 자체의 기쁨, 그 깨달음의 눈으로 자신과 이웃과 사물을 바라본다. 그래서 그분은 오늘 우리를 바라보며 “너희는 나를 누구라고 생각하느냐?” 하고 물으신다. “하느님의 아들 그리스도” 그분은 자유의 몸이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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