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수 | 2114호 2011.07.1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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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 박기흠 신부 |
땅은 정직하다
박기흠 토마스 신부 / 사회사목국장
우리는 가끔 “땅은 정직하다”라는 말을 하곤 합니다. 이 말은 다양한 의미로 해석될 수 있으나, 본래적 의미는 땅에 씨를 뿌리고 가꾸며 그 땅이 일궈내는 결실을 거두는 이들에게 있다고 생각합니다.
가장 믿을 수 있는 자리, 결코 실망시키지 않는 자리, 그리고 어디라고 확정할 수 없지만 저마다 마음 깊이 지닌 고향이 바로 땅일 것입니다.
다양한 의미로 우리에게 깨달음을 주는 땅은 하느님이 세상을 이루시고 생명이 살아가도록 만들어 주신 삶의 자리이며, 그 땅에 대한 수많은 의미만큼 다양한 삶의 양식들이 생산되는 못자리이기도 합니다.
시대에 따라 세상을 보는 기준이 변하고, 세계를 구분하는 질서도 많이 바뀌었습니다. 하지만 결코 바뀌지 않는 진리가 있다면 ‘먹어야 산다’는 진리일 것입니다. ‘잘 사는 것’(Well-Being) 앞에 ‘잘 먹고’라는 수식어는 결코 빼놓을 수 없습니다. 그 먹을 것이 생산되는 자리인 땅은, 우리 자신과는 불가분의 관계이기에 땅에 대한 깊은 성찰은 쉽게 간과해서는 안 될 것입니다.
바로 이 땅에서 이루어지는 농사는 모든 생명에게 ‘살아 있음’을 가능하게 하는 하느님의 성사가 행해지는 거룩한 자리입니다. 또한 이를 위해 무더운 더위에 땀을 흘리며 자신들의 땅을 지키고 가꾸는 많은 농부들은 하느님이 원하시는 일에 가장 가깝게 살아가는 거룩한 사람들일 것입니다.
오늘은 농민 주일입니다. 한국 교회가 제정한 제16회 농민 주일은 시골에서 땀 흘려 일하시는 농부들의 수고에 감사하자는 뜻만은 아닙니다. 감사하기 이전에 그들의 수고에서 하느님의 뜻을 새기고, 우리 역시 가장 근본에 충실한 삶으로 하느님의 나라를 이룰 수 있어야 한다는 가르침의 날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지금 농촌의 현실은 좋은 뜻만 받아들이기에는 너무 큰 위협을 받고 있습니다. 늘어나는 빚을 안고 땅을 한탄하는 것 외에도 땅을 엎어 아파트를 짓고, 산을 허물고, 바다를 메워 논을 만든다는 약속을 하고는 공장을 세우는 어처구니없는 현실입니다. 먹을거리의 4분의 1밖에 만들어 내지 못하는 절대 농지의 부족과 평균 연령 65세 이상의 농부들이 이 거룩한 일에 마지막 보루가 되어 어렵고 힘들 나날을 보내고 계십니다.
이런 농촌의 어두운 현실을 눈앞에 두고, 오늘 우리가 보내는 농민 주일은 먹을거리가 자라는 이 땅의 소중함과 먹는 것에 대한 가치가 올바로 살아있게 해야 하는 날이어야 합니다. 또한 하느님이 주신 삶의 방향을 올바로 세우고, 여러 형태로 어려움을 겪고 계신 농부들에게 진심으로 힘이 되는 날이길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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