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안의 돌밭

가톨릭부산 2015.10.15 02:17 조회 수 : 107

호수 2113호 2011.07.10 
글쓴이 차성현 신부 

내 안의 돌밭

차성현 암브로시오 신부 / 광안성당 주임

씨 뿌리는 사람이 씨를 뿌렸는데, 어떤 것들은 길에, 어떤 것들은 돌밭에, 또 어떤 것들은 가시덤불 속에 떨어져 싹을 틔우지 못했거나 제대로 자라지 못했습니다. 그러나 좋은 땅에 떨어진 씨는 30배, 60배, 100배의 열매를 맺었습니다.
지난달에 농장을 다녀왔습니다. 도시에 사는 부부는 시골에 밭을 마련한 후로 대부분의 시간을 농장에서 보내고 있었습니다. 방문한 우리들에게 직접 재배한 상추와 고추, 지금은 이름도 다 기억할 수 없는 여러 가지 농작물들을 따주며 너무나 행복해했습니다.

같이 갔던 일행 중에 똑같이 이런 농장을 가지고 있는 한 부부는 이들을 매우 부러워했습니다. 그냥 남 하듯이 하면 될 줄 알고 밭을 샀는데, 잘 가꾸어 지지 않았다며어떻게 해야 할지 물었습니다.
좋은 밭을 가진 부부의 노력은 보통이 아니었습니다. 좋은 땅과 농작물을 위하여 연구도 하고, 형편없는 땅을 멋진 밭으로 가꾸기 위해 열심히 하셨던 것입니다.
시간이 지나면 이 좋은 땅을 또 바꿔주어야 한다고 하니, ‘세상에 저절로 되는 것은 아무것도 없구나’ 하는 생각이 들면서 조용히 ‘나의 밭’을 되돌아보게 되었습니다.
오늘 복음 말씀의 씨 뿌리는 사람은 예수님이요, 씨는 예수님의 말씀입니다. 예수님이 뿌린 씨를 받은 우리는 먼저 예수님께 감사드려야 할 것입니다. 아무리 생각해보아도 우리는 좋은 밭만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예수님께서 좋은 밭에만 씨를 뿌리셨다면, 우리는 예수님의 말씀을 듣지 못했을 수도 있었을 것입니다. 그러나 예수님은 우리 안의 돌이나 가시덤불 같은 곳에도 씨를 뿌려주셨습니다. 물론 좋지 않은 곳에 떨어져 예수님의 말씀이 아무 힘없이 죽어버렸을 때도 많았겠지만, 어딘가에 좋은 땅 한 부분이 있어, 한 말씀이라도 살아있었기에 아직까지도 우리는 죽지 않은 예수님의 밭으로 남아있다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우리 밭이 이미 좋은 밭으로만 가득 찼었다면, 벌써 우리는 30배, 60배, 100배의 열매를 맺어야 했을 것입니다. 그러나 지금 열매를 다 맺지 못했어도 우리 안의 돌밭이, 또 가시덤불과 같은 밭이 언젠가는 좋은 땅으로 바뀔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과 노력으로 살아가는 우리들입니다. 우리의 모든 삶은 과정입니다. 처음부터 좋은 밭이란 게 얼마나 되겠습니까? 또한 좋은 밭이었다고 해도 계속해서 가꾸지 않았다면 몇 년이나 가겠습니까? 우리 역시 마찬가지일 것입니다. 처음부터 하느님께 좋은 것을 받았다면 계속 가꾸어 나가야 할 것이고, 비록 처음에 받은 것이 좋지 못했어도 우리는 얼마든지 정성을 들여 가꾸어 나갈 수 있을 것입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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