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수 | 2111호 2011.06.2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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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 이정민 신부 |
성체성사가 완성되는 곳
이정민 토마스 아퀴나스 신부 / 부산가톨릭대학교 신학대학 교수
예전에 있던 본당에 병자 영성체를 하던 할아버지가 계셨습니다. 거동이 불편하신 분이었는데, 그 옆에는 늘 목청 좋고 혈기왕성한 비신자 할머니가 계셨습니다. 기도를 하고 성체를 드리는 순간이 되면, 늘 옆에서 “그거 몸에 좋은 거 같은데 나도 좀 주면 안 되나?”하고 기대에 찬 눈으로 호소(?)하시는 할머니 때문에 난감했던 기억이 납니다. 지금은 유쾌한 추억이지만, 그때는 저도, 반장, 구역장 자매님들도 왜 드릴 수 없는지를 설명하느라 한참을 애먹었었지요. “할머니는 몸에 좋은 거 안 드셔도 되겠네요!”하고 말할 수도 없고 말입니다.
일 년 중 강론 준비하기 제일 힘든 날이 오늘이 아닌가 싶습니다. 매일 거행하고 참여하는 성체성사에 대해 무언가 말하기가 힘들다는 것이 아이러니이지만, 어쩌면 당연한 일입니다. 성체성사야말로 신비이며, 신비는 말로 설명되는 것이 아니라 믿음으로 체험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오늘의 고유 부속가에서도, 빵이 변해 성체가 되고 술이 변해 성혈이 되는 이 신비에 대해 “물질세계 넘어서니 감각으로 알 수 없고 믿음으로 확신한다.”고 노래하는 것이겠지요.
그렇다고 이해를 포기할 수는 없습니다. 신비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그것을 제정하신 예수님의 마음을 헤아려보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입니다. “내 몸을 먹어라, 내 피를 마셔라.”는 말씀, 인간의 머리로는 도저히 상상할 수 없는 방식의 이 엄청난 요구 안에 담긴 예수님의 마음은 무엇일까? 무엇보다도 예수님은 우리와 함께 계시고 싶어하신다는 생각이 듭니다. 빵과 포도주의 형상으로 우리 안에 오셔서 우리와 하나가 되고 싶어하시는 것입니다. 그분의 이런 마음이 이 거룩한 신비를 가능하게 하는 힘이라면, ‘임마누엘’이라는 그분의 이름이 완성되는 곳이 바로 이 성체성사의 자리가 아닌가 싶습니다.
나아가 그분은 우리 각자가 또 다른 ‘성체’가 되기를 원하십니다. 성체를 모시는 우리가 당신을 닮은 또 하나의 ‘성체’가 되기를 기다리시고 준비시키십니다.
죄 많은 우리가 ‘성체’가 된다니요? 천부당만부당 한 일이겠지만 그분은 당신의 마음을 닮으라고 요구하십니다. 그렇게 당신처럼 자신을 내어주는 성체의 모습으로 살아가라고 가르치시는 것입니다. 그분의 이 마음을 닮게 되는 것, 이것이 바로 성체성사가 완성되는 순간이 아닐까요?
주일마다, 혹은 매일 미사를 통해 우리는 이 신비에 참여합니다. 하느님과 인간의 만남이 여기서 이루어지고, 인간과 영원의 접촉이 이 순간 이루어진다는 것을 생각하면 얼마나 감동적인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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