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수 | 2487호 2018.05.0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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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 홍경완 신부 |
불안한 미래 때문에 두렵습니다. 아무 것도 준비되어 있지 않은 것 같아 더 그렇습니다.
홍경완 신부 / 부산가톨릭대학교 신학대학 학장 jubo@catb.kr
우리는 내일을 모릅니다.‘아직 다가오지 않음’이란 미래의 말뜻이 이미 그 속을 보여주고 있는 것처럼, 아직 오지 않았기 때문에 알 수 없고, 모르기에 불안한 것이 당연합니다. 알면 조금 덜 불안합니다. 모르니까 더 힘이 듭니다. 그리고 그건 누구에게나 마찬가지입니다. 미래에 대한 불안은 어느 누구도 피할 수 없는 인간 실존의 한계상황입니다. 그렇기에 이런 불안은 무언가 준비되었다 해서 줄어들지도 않습니다. 실상 준비한다는 것이 의미가 있는 일인지도 모릅니다. 그보다는 먼저 무엇이 미래를 위한 제대로 된 준비인지 물어보아야 할 것입니다.
우리 신앙은 늘 현실에 발을 딛고 있어야 하지만, 그렇다고 현재에만 매달리면 기복으로 쉽게 빠져들고 맙니다. 그와는 반대로 처한 현실은 외면한 채 내세만을 앞세우는 신앙 역시 위험합니다. 자칫 살아가면서 만나는 불안과 괴로움, 어려움에 눈감게 만드는 마취제로 전락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신앙은 언제나 현재의 내 삶에 뿌리를 두고서 삶을 이끄는 방향타가 되어야 합니다. 미래 역시 같은 맥락입니다. 여기서 신앙은 하느님께‘불안하고 알 수 없는 내일을 맡겨드리는 행위’입니다. 맡기기 위해선 용기가 필요합니다. 내일과 관련한 그리스도인의 용기는 미래를 주님께‘오롯이’의탁할 수 있는 참된 덕으로서의 용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