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호수 | 2487호 2018.05.06 |
|---|---|
| 글쓴이 | 서강진 신부 |
서로 사랑하여라
서강진 신부 / 하늘공원 담당
* 사랑 1
10년 전 본당신부로 있을 때 관면혼배를 하기 위해 한 커플이 찾아 왔습니다. 혼인면담이 나와 첫 대면이었던 총각, 딱 보아도 행복에 가득 차 들떠 있던 그 청년이 대뜸‘와이프가 될 이 아가씨 참 예쁘죠?’저는 얼떨결에‘예’라고 대답했습니다. 지금 생각해 보아도‘참 좋을 때다’라는 느낌과 흐뭇한 미소를 갖게 합니다. 그때 사랑은 전염되는구나! 저 역시 보기가 좋았으니 말입니다.
* 사랑 2
한 청년이 저에게 하소연하였습니다. 20년 전 돌아가신 아버지를 꿈에서라도 한번 만나고 싶다고 하였습니다. 돌아가셨을 당시 자신이 너무 어려 아버지에 대한 추억이 별로 없다면서. 어떻게 하면 아버지를 만날 수 있을까요. 그 청년의 안타까운 마음이 전해졌습니다.
혹시 나이가 들면서 주위에서‘너 아버지 닮았다’는 이야기 들은 적 없습니까? 비록 20년 전 돌아가셨지만 이미 당신 안에 계세요. 당신의 외모, 말투, 생각, 버릇까지도 당신 안에 살아있습니다. 그러니 아버지를 뵙고 싶다는 마음으로 자신을 잘 살피세요. 당신이 열심히 살고 행복하게 사는 것이 아버지를 기쁘게 하는 것입니다. 아버지에 대한 사랑은 곧 나에 대한 사랑이기 때문입니다.
* 사랑 3
6년 전 대장암으로 세상을 떠난 어머니에 대한 기억이 있습니다.
1년 정도 투병하시다 돌아가셨는데 그 1년은 지금껏 제대로 느껴보지 못했던 어머니의 사랑을 절실히 실감할 수 있었던 소중한 시간이었습니다. 어느 날 저를 부르시더니‘같이 어디 좀 가자’하셨습니다. 남천동에 있는 사제 제의를 만드는 수녀원이었습니다. 빛이 바랜 제의를 보시고 그러셨던 것 같습니다. 그때 하나하나 꼼꼼히 살피시던 모습이 눈에 선합니다.
가끔, 저를 찾아와 손을 꼭 붙잡으며 기도하고 있다고 당부하는 분들을 만납니다. 저와 아무런 인연이 없을 것 같은 낯섦에‘어떻게 저를 아세요?’하고 물으면 돌아가신 어머니께서 생전에 부탁하셨다 하십니다.
그렇구나! 어머니는 저를 위해 자신의 마지막 시간을 내어놓으셨던 겁니다. 아픈 몸을 이끌고 아들의 제의를 준비해 주셨고, 만나는 사람마다 아들을 위한 기도를 부탁하셨습니다. 더 이상 이생에서 챙겨줄 수 없어 미리 입혀주셨고 채워주셨습니다.
죽기까지 사랑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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