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수 | 2486호 2018.04.2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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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 이영훈 신부 |
노동의 가치 기준
이영훈 신부 / 노동사목
고등학교 시절, 친구들과 점심을 먹다가 짧은 대화를 나눈 적이 있습니다. “의사가 되기 위해서는 돈이 많이 필요하니깐, 의사는 월급을 많이 받아야 돼.”라는 친구의 말에 저는 “그럼, 국가가 공부시켜주면 월급을 조금만 받아도 되겠네?”라고 되물었습니다. 이어서 이렇게 말했죠. “내 생각엔, 의사든, 공무원이든, 노동자든, 운전기사든 일한 만큼 버는 세상이 난 행복한 세상이라고 생각해. 세상에 도움이 되는 노동이면 다 가치가 있으니깐.”
우리 안에는 ‘직업’에 대한 등급이 있습니다. “너 공부 안하면 저 사람들처럼 돼.”라며, 성적이 미래의 밑거름이 된다는 교훈을 자녀에게 알려주기 위해 환경미화원, 일용직 노동자 등을 그 예로 삼는 부모님들을 간혹 경험합니다. 부모로서 할 수 있는 조언이라 할 수 있지만, 한편으로는 우리 안에, 우리 사회 안에 ‘직업에 관한 차별적 사고’가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직업에는 귀천이 없다.’ ‘땀의 대가는 성스럽다,’, ‘착하게, 열심히 일하면 된다.’는 우리 사회에서의 표현들은 하나마나한 말이자, 헛된 가르침일지 모르겠습니다.
성경에서는 ‘노동’을 단순히 인간 죄의 결과로 보지 않습니다. 더욱이 노동을 등급으로 나누지 않습니다. 하느님께서 죄 지은 아담에게 노동의 고통을 주시긴 했지만, 이미 당신께서는 6일 간의 ‘창조 노동’을 하셨습니다. 지금도 교회(인간)와 함께 인류 구원을 위한 ‘구원 노동’을 하고 계십니다. 노동이 거룩한 이유는 인간이 노동을 통해 하느님 창조·구원사업에 협력하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직업에 등급과 귀천이 있다면, 그 기준은 하느님의 뜻, 공동선이 되어야 합니다.
세상에서 통용되는 노동의 가치는 얼마나 벌고, 존경받으며, 영향력이 있느냐에 달려 있습니다. 이것이 곧 ‘노동과 직업의 등급’이 됩니다. 하느님의 뜻도 이와 같을까요? 오히려 선의를 가지고 공동선을 위해, 하느님 나라 건설을 위해 일하는 사람과 그 노동이 더 많은 존경과 가치 인정을 받는 것이 하느님의 뜻에 더 가깝지 않을까요? 우린 자신의 노동과 이웃의 노동을 어떤 기준에 따라 판단하나요? 하느님의 기준인가요? 세상의 기준인가요?
2018년 노동절 담화문은 교구 홈페이지에서 볼 수 있습니다.
www.catholicbusan.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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