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운 성당 종소리

가톨릭부산 2016.05.18 10:44 조회 수 : 305

호수 2383호 2016.05.22 
글쓴이 김상진 요한 

그리운 성당 종소리

김상진 요한 / 언론인 daedan57@hanmail.net

 “뎅, 뎅, 데∼엥”
  낮 12시. 멀리서 은은하게 성당 종소리가 들려오면 집안일을 하시던 어머니는 일을 멈추고 삼종기도를 바치셨다. 그리고는 부엌으로 가셔서 점심을 차렸다. 어릴 적에 하루 세 번 들리는 성당 종소리는 우리집 시계였다. 그때 동래성당은 복천동 작은 산꼭대기에 있었고, 높은 건물이 없어 3㎞쯤 떨어진 우리집까지 잘 들린 것으로 생각된다.
  잊었던 성당 종소리가 떠오른 것은 얼마 전 울주군으로 귀농한 친구집을 방문하면서다. 친구집 뒤에 언양성당 하선필 공소가 있었다. 성당 입구의 종루는 당당했지만 자주 사용하지 않은 듯 녹이 슬어있었다.
  요즈음 성당 종소리 듣기가 쉽지 않다. 소음민원이 늘면서 자치단체마다 종교시설에 대한 소음규제를 강화하는 바람에 성당도 함부로 종을 칠 수 없게 된 것이다.
  어릴 적 동래성당에서는 복사(현재 사무장) 할아버지가 종을 치셨다. 성체조배를 한 뒤 종을 치는 할아버지 모습은 경건했다. 한번은 복사 할아버지가 바쁘신 탓인지 성당마당에서 놀고 있는 우리들에게 종을 쳐달라고 하셨다. 주일학교의 덩치 큰 형과 함께 종탑으로 올라갔다. 키가 작아 의자를 놓고 두 명이 종 줄을 잡았다. 종이 좌우로 움직이면서 울리는 동안 우리는 종 줄에 매달려 정신없이 아래위로 오르내렸다. 몇 번을 쳤는지도 모르고 하늘이 노래서 내려온 기억이 있다.
  지금도 오래된 성당에는 종탑이 있다. 커다란 십자가 아래 네모난 구멍이 숭숭 뚫린 사각형 또는 원형 건물이 다 종탑이다. 중앙성당은 낮 12시, 오후 6시 두 번 종을 친다. 종탑이 있는 다른 성당들은 장례미사나 특별한 행사 때만 종을 친다. 옛날처럼 마음대로 종을 칠 수는 없다. 아쉽게도 요즈음 짓는 성당은 아예 종탑도 없다.
  예수 그리스도의 잉태와 강생의 신비를 깨우치고 성모님께 저희를 위하여 빌어주시라고 애원하던 삼종기도(三鐘祈禱). 그 기도 시각을 알리는 오전 6시, 낮 12시, 오후 6시면 종소리와 함께 하던 일을 멈추고 기도를 바쳤다.
  사라진 성당의 종소리가 유튜브에는 살아있었다. 반가움에 볼륨을 올리니 그렇게 평화로울 수가 없었다.
  영화‘냉정과 열정 사이’의 무대였던 이탈리아 피렌체 산타마리아 델 피오레 대성당에는 종소리를 듣기 위해 관광객이 몰리고 있다 한다. 하지만 우리는 소음규제 때문에 성당 종도 함부로 칠 수 없다. 성당 종소리와 함께 기도 소리가 퍼지는 평화스런 모습이 그립다.

호수 제목 글쓴이
2383호 2016.05.22  그리운 성당 종소리 김상진 요한 
2382호 2016.05.15  평화가 너희와 함께! 최순덕 세실리아 
2381호 2016.05.08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이름‘어머니’ 김검회 엘리사벳 
2380호 2016.05.01  특 집 <기초공동체 복음화의 해> 우리 성당 주일학교를 소개합니다 청소년사목국 
2379호 2016.04.24  부활의 삶은? 강송환 마르코 
2378호 2016.04.17  봄날은 간다 탁은수 베드로 
2377호 2016.04.10  소중하고 아름다운 ‘작은 것’ 장영희 요한 
2376호 2016.04.03  침묵의 의미와 영성생활 이영훈 신부 
2375호 2016.03.27  특집 - 기초공동체 복음화의 해 - ‘기초공동체 복음화의 해’를 맞는 평신도의 역할 도용희 토마스 아퀴나스 
2374호 2016.03.20  성지가지를 바라보면서 류명선 스테파노 
2373호 2016.03.13  성호경 단상 박주영 첼레스티노 
2372호 2016.03.06  응답하라 나의 추억 정재분 아가다 
2371호 2016.02.28  사람아, 흙으로 다시 돌아갈 것을 생각하여라! 변미정 모니카 
2370호 2016.02.21  특 집 <기초공동체 복음화의 해> - 각자 자신이 속한 기초공동체의 사랑의 농도를 점검해 보세요. 선교사목국 
2369호 2016.02.14  내가 저분의 옷에 손을 대기만 하여도 공복자 유스티나 
2368호 2016.02.07  장궤틀의 추억 김상진 요한 
2367호 2016.01.31  아름다운 사람들 김양희 레지나 
2366호 2016.01.24  ‘쉼’의 계명 이영훈 신부 
2365호 2016.01.17  특 집 <기초공동체 복음화의 해> - 사목지침에서 말하는 기초공동체에 대한 올바른 이해 선교사목국 
2364호 2016.01.10  세례의 추억 하창식 프란치스코 
주보표지 강론 누룩 교구소식 한마음한몸 열두광주리 특집 알림 교회의언어 이달의도서 읽고보고듣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