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수 | 2383호 2016.05.2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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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 김상진 요한 |
그리운 성당 종소리
김상진 요한 / 언론인 daedan57@hanmail.net
“뎅, 뎅, 데∼엥”
낮 12시. 멀리서 은은하게 성당 종소리가 들려오면 집안일을 하시던 어머니는 일을 멈추고 삼종기도를 바치셨다. 그리고는 부엌으로 가셔서 점심을 차렸다. 어릴 적에 하루 세 번 들리는 성당 종소리는 우리집 시계였다. 그때 동래성당은 복천동 작은 산꼭대기에 있었고, 높은 건물이 없어 3㎞쯤 떨어진 우리집까지 잘 들린 것으로 생각된다.
잊었던 성당 종소리가 떠오른 것은 얼마 전 울주군으로 귀농한 친구집을 방문하면서다. 친구집 뒤에 언양성당 하선필 공소가 있었다. 성당 입구의 종루는 당당했지만 자주 사용하지 않은 듯 녹이 슬어있었다.
요즈음 성당 종소리 듣기가 쉽지 않다. 소음민원이 늘면서 자치단체마다 종교시설에 대한 소음규제를 강화하는 바람에 성당도 함부로 종을 칠 수 없게 된 것이다.
어릴 적 동래성당에서는 복사(현재 사무장) 할아버지가 종을 치셨다. 성체조배를 한 뒤 종을 치는 할아버지 모습은 경건했다. 한번은 복사 할아버지가 바쁘신 탓인지 성당마당에서 놀고 있는 우리들에게 종을 쳐달라고 하셨다. 주일학교의 덩치 큰 형과 함께 종탑으로 올라갔다. 키가 작아 의자를 놓고 두 명이 종 줄을 잡았다. 종이 좌우로 움직이면서 울리는 동안 우리는 종 줄에 매달려 정신없이 아래위로 오르내렸다. 몇 번을 쳤는지도 모르고 하늘이 노래서 내려온 기억이 있다.
지금도 오래된 성당에는 종탑이 있다. 커다란 십자가 아래 네모난 구멍이 숭숭 뚫린 사각형 또는 원형 건물이 다 종탑이다. 중앙성당은 낮 12시, 오후 6시 두 번 종을 친다. 종탑이 있는 다른 성당들은 장례미사나 특별한 행사 때만 종을 친다. 옛날처럼 마음대로 종을 칠 수는 없다. 아쉽게도 요즈음 짓는 성당은 아예 종탑도 없다.
예수 그리스도의 잉태와 강생의 신비를 깨우치고 성모님께 저희를 위하여 빌어주시라고 애원하던 삼종기도(三鐘祈禱). 그 기도 시각을 알리는 오전 6시, 낮 12시, 오후 6시면 종소리와 함께 하던 일을 멈추고 기도를 바쳤다.
사라진 성당의 종소리가 유튜브에는 살아있었다. 반가움에 볼륨을 올리니 그렇게 평화로울 수가 없었다.
영화‘냉정과 열정 사이’의 무대였던 이탈리아 피렌체 산타마리아 델 피오레 대성당에는 종소리를 듣기 위해 관광객이 몰리고 있다 한다. 하지만 우리는 소음규제 때문에 성당 종도 함부로 칠 수 없다. 성당 종소리와 함께 기도 소리가 퍼지는 평화스런 모습이 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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