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호수 | 2382호 2016.05.15 |
|---|---|
| 글쓴이 | 최순덕 세실리아 |
평화가 너희와 함께!
최순덕 세실리아 / 수필가 redrose1956@hanmail.net
지난밤에 내린 봄비로 맑고 깨끗해진 공기가 탄산수처럼 상쾌한 아침이다. 잘 정돈된 아파트 화단에는 연둣빛 축제가 시작되었다. 매화와 동백과 백목련이 꽃샘추위 속에서 서둘러 피고 지더니 뾰족뾰족 새잎을 내밀고 있다. 꽃잎을 순식간에 꽃눈으로 흩날려버린 벚나무는 발그레한 꽃자루만 안고 희망찬 신록에 합류하고 있다. 화단의 온갖 초목은 저마다의 부드러운 연둣빛 옷을 입고 나풀나풀 춤을 춘다. 등교하는 꼬마들의 재잘거림이 이른 아침 둥지를 벗어나 먹이를 찾는 새들의 노랫소리 같다. 가던 길을 멈추고 서서 눈부시게 아름다운 신록을 둘러본다. 촉촉하고 싱그러운 일상의 아침이 참으로 평화롭다.
‘평화가 너희와 함께!’하신 예수님 말씀이 문득 생각난다. 문을 꼭꼭 잠가놓고 두려움에 떨고 있던 제자들은 얼마나 간절히 평화를 바랐을까. 일상의 평화가 너무 쉽게 깨어지고 있는 오늘날이기에 어쩌면 그때보다 더욱 절실히 평화가 그리운지 모른다. 직장을 잃은 아버지와 직장을 구하지 못한 형, 아르바이트라도 뛰어야 하는 바쁜 엄마의 사랑에서 비켜나 있는 아이들, 반짝이는 햇살을 담은 이 아침의 평화가 창문을 열고 들어갈 수 있으랴.
평화를 위하여 한 쪽의 희생은 불가피하다지만 평화를 지키기 위해서 평화를 파괴하는 어리석은 행동이 늘어만 가는 것 같다. 환경파괴로 인한 자연재해는 물론이고 끊임없는 전쟁으로 늘어만 가는 난민들의 처절한 절규 앞에 평화는 멀기만 하다. 세계인을 불안과 공포로 몰아넣는 테러에 울부짖는 사람들, 굶주림과 질병으로 신음하는 노인과 아이들, 평화가 점점 사라지고 있는 것 같아 슬퍼진다. 예수님이 주신 참 평화가 더욱 절실해지는 오늘날이 아닐 수 없다.
이기적이고 욕심 많은 인간에게 참된 평화는 요원한 것인지 모른다. 그러기에 성령의 도움이 더욱 절실한 것이 아닐까. 유혹을 뿌리치고 봉사활동에 임했을 때나 어려운 자를 위해 기도하고 작은 도움이라도 나누었을 때 맛보았던 가슴 뿌듯했던 작은 기쁨과 평화를 기억해 본다. 진정한 마음의 평화가 이루어지려면 열심히 기도하면서 작은 것 하나라도 용서와 사랑을 실천할 때 가능한 것이 아닐까. 그렇게 간절히 우리에게 평화를 주시고자 하셨던 주님을 생각하면서 평화에 대한 희망의 끈을 놓지 말아야 하리라. 주님이 지으신 아름다운 세상, 봄이 한창인 아침에 걸음을 멈추고 서서 주님의 평화를 그려본다. 주님의 참 평화 안에 오래 머무를 수 있기를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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